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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파업 사흘째...금융권 시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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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이지은 기자, 김은별 기자, 조목인 기자] '성과연봉제' 시행에 따른 마찰로 시작된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이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2500여명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어 각 지점의 업무가 지연되는 등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기념품과 다과를 제공하는 한편 대출 등 업무처리가 불가능한 경우 인근 지점으로 안내하는 등 고객 서비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은행의 시선도 복잡하다.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의 이번 파업이 은행권 최초로 도입이 추진되는 '성과에 따른 연봉제 시행'이어서 타 은행 경영진은 물론 은행원의 관심이 높다.

은행권에서는 SC제일은행 파업의 본질을 '문화적 차이에 따른 충돌', '성과ㆍ임구구조 개편에 따른 갈등'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성과제도와 임금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성과급제 도입 취지를 이해하지만 성과급제를 전 직원에 확대할 것인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한국적 정서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 행장은 "씨티은행은 (은행장을 한국인이 맡고 있고, 정서적인 면에서) 외국계은행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외국계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 씨티은행도 이미지 쇄신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에 대한 조언과 함께 차별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흥주 씨티은행 수석부행장도 "국내은행들이 더 글로벌화 돼야하지만 전직원의 성과급제 확대는 무리가 따르고 성과급제와 호봉제를 결합한 제도가 적절하다"고 개인적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입사 후 5~7년까지는 개인이 특출나도 개성이 발휘될 수 없는 한국적 문화를 고려해 호봉제를 적용하고, 이후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직원들에게 보상을 더해주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씨티은행은 SC제일은행보다 한 해 앞서 한국에 진출했고 지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할 당시 총파업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임금구조 개편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지주사의 한 임원은 "SC제일은행의 노사 양측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금융권 임금구조가 달라져야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국내 금융회사 임금구조가 고비용구조면서도 체감 임금은 높지 않은 이상한 모양새를 갖고 있는 것은 직무 구분없이 임금이 너무 균등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업 창구직과 프리이빗뱅커(PB), 영업에 주력하는 지점장, 본점 재무ㆍ기획, 리스크관리, 트레이딩, IB(리서치ㆍM&A) 등 하는 일이 서로 다른 데도 똑 같은 임금을 주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은행에 우수 인력이 들어와도 조금 지나면 안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비슷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며 "비싼 급여를 주고 전문성있는 외부인력을 수혈해도 성과에 따라 평가되지 않는 임금구조 탓에 우수 인력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부별 성과급제를 도입해 글로벌 리더로 자리잡은 삼성그룹이나 노무라증권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노무라증권의 경우 지난해 6개 직군에 대해 급여를 한꺼번에 3배 올려줬다"며 "일본도 우리랑 비슷한 호봉제지만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참고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SC제일은행에서도 승진이나 급여와 관련해 평가를 제대로 받고 싶어하는 상위 20% 정도는 성과급제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렇지만 (경영진이) 한국적 정서를 무시한 채 하나의 잣대만 고집할 경우 노조를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SC제일은행 검사인력을 파업이 끝날 때까지 본사에 두겠다"며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되지 않도록 감독하고 고객 불편이 없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이지은 기자 leezn@
김은별 기자 silverstar@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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