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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 도쿄大처럼 '造船' 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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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철 조선공학과 명예교수 학내 소식지에 기고문

김효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김효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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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1993년 4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는 명칭을 '조선해양공학과'로 바꿨다. 이 해 현대중공업은 단일 조선업체 기준으로 일본 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1998년 4월 일본 도쿄대학교는 조선해양학부의 명칭을 환경해양학부로 바꿨다. 앞서 1997년 일본은 한국에 연간 수주량 기준 한국에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일본은 단 한 번도 한국을 뛰어넘지 못했다.

도쿄대와 서울대는 한국과 일본의 최고 명문대학이자 조선공학 분야에서도 전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후자는 해방직후인 1946년 학교 설립과 동시에 개설된 국내 조선 관련 학과중 가장 역사가 깊다. 양국은 모두 전후 경제재건의 원동력을 조선산업에서 찾았고, 양 학교와 조선공학과는 조선산업을 뒷받침한 원동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도쿄대 조선해양학부가 활발히 인재를 배출하던 1960~1980년대에는 일본은 세계조선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도쿄대가 학부 명칭에서 '조선'을 뺀 순간 일본 조선해양산업은 급격히 쇠퇴하며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다. 반면 서울대 조선해양학부를 필두로 국내 대학들은 끊임없이 인재를 배출해 조선 세계 1위를 달성ㆍ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한국 조선산업은 지난 2년전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도 도쿄대처럼 '조선'이라는 명칭을 유지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고 있다.
김효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59학번)는 최근 학과 소식지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도쿄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조선분야에 대한 교육ㆍ연구 시스템 위축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학과가) 대학 본연의 역할인 봉사를 짐스럽다고 기피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한 김 명예교수는 철저한 준비로 대형연구 과제를 선정 받은 타 대학에게 빼앗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으로부터도 서울대는 특정 핵심 연구분야의 교육은 하지만 뿐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은 받을 수 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으며, 해당 업무를 담당할 인재도 타 대학에서 찾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무엇보다도 교수나 학생 모두 조선공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점을 가장 우려했다. 김 명예교수가 최근 5년간 대한조선학회에 발표한 논문수를 살펴 본 결과 서울대는 70건, 부산대 66건, 인하대 45건, 충남대 32건, 울산대 26건으로 나타났다. 학과 소속 교수 수를 고려하면 1인당 연간 1편으로 동일한 수준에 불과해 우월성을 확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연구비를 따내기 기계공학 관련 타 학회 학술지에 발표하고, 전공 대신 교수의 개인적 관심에 따라 유관분야 논문 지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매년 공과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입학성적이 교육대학 입학자보다 떨어지고 있고, 입학을 해도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 전에 한 번 즈음은 탈 조선을 꿈꾼다는 학생, 전과를 희망하는 자신의 인척에게 잔류를 권유하지 못한 동료 교수의 허탈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프기조차 했단다.

정부와 교육계도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선 부문 연구개발 지원이 기계공학의 일부분으로 흡수돼 예산 배정 기회가 거의 없는 데다가 전문가 집단에서조차 조선 전문가는 소외되면서 역할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도 학교 정책에 따라 올해 임용된 교수중 일부는 타 전공 출신으로 뽑았다. 조선공학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학과에 38년 몸 담았다가 퇴임한 제 눈에 이와 같이 비춰진다면 아마도 후일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도 도쿄대와 경우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며 "1990년대 학과의 장래를 조선해양산업에 두고 학과 명칭까지 바꿨던 기개를 되살려 한국 조선해양산업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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