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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메이커]최근 전세난이 향후 집값에 끼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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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공급 측면서 본 전세가 상승 원인

이번에는 공급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공급이 논란이 되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는데 왜 주택이 모자라는 것이지요?”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12%에 달합니다. 가구수는 100가구인데, 주택 수는 112가라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만 보면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을 해보아도 주택이 모자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는 주택 보급률에는 1인 가구를 주택 수요에서 제외하고 계산한 것입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택 수는 1488만 채에 이릅니다. 한편 우리나라 가구 수는 1733만 가구입니다. 이중 1인 가구가 404만 가구이지요.

그러므로 전체 가구수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86% 밖에 되지 않는 것이고, 1인 가구를 제외한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하면 112%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구의 사전적 의미가 ‘취사, 취침 등 생계를 같이 하는 생활단위’를 의미하므로 가구라는 것은 바로 주택 수요를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1인 가구를 주택 수요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 경기에 따라 주택 수요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있기 때문입니다. 유동적인 수요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임대 시장에서는 1인 가구가 실효적으로 주택 수요로 자리매김한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주택 보급률과 현실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물론 1인 가구 전부를 주택 수요로 보아 현재의 주택 보급률을 86%로 보는 것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절반만이라도 주택 수요로 인정하더라도 주택 보급률은 100%가 안되는 것이지요.

결국 아직까지도 주택수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공급을 계속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민간부문의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와 매매 시장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LH공사나 SH공사와 같은 공공 부문의 공급도 부채 및 적자의 누적에 따라 공격적인 공급을 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오히려 계획되었던 물량마저 취소되고 있는 형편이지요.

정부에서 발표한 공급 계획을 살펴보겠습니다.




정부에서는 올해 입주 주택 물량이 작년 대비 2만3000호 정도가 줄어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전년대비 7% 정도 줄어든 수치지요. 하지만 아파트 시장만을 보면 문제는 전혀 다릅니다. 아파트 시장 자체는 전년대비 20%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결국 정부의 설명은 아파트 시장은 줄어들지만 도시형 생활 주택 등은 늘어나니 전체 주택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아무데서나 살면 되지, 왜 아파트에서만 살려고 그러느냐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입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정부의 발표를 100% 믿더라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6000호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인구 중 서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습니다. 그러면 올해 공급된다는 아파트수 20만6000호중 20%인 4만1200호 정도는 서울에서 공급돼야 하는 것이 비례상 맞겠지요.

그런데 작년 수치와 비슷하다고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학생이 지난 달에 반에서 꼴찌했으니 이번 달에도 꼴찌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작년 수준의 공급으로 문제 없다는 것은 2010년 정도의 아파트 전세가 상승은 용인해도 된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전세난이 왜 서울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결국 민간 통계가 아닌 정부측 통계를 보아도, 올해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극심하리라는 것은 쉽게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주택을 얼만큼 공급하느냐’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주택이 얼마만큼 공급되는가’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무제한으로 공급하면 전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를 지을 땅이 충분치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주택의 공급이 바로 임대 시장 안정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어 공급하려면 재원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주택 수요자에게 이를 분양해 재원을 조달했지요.

그런데 현재로서는 두 가지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매매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규 분양 받을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주택을 분양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투하 자본 대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자본 이득이 생기지 않는다면 굳이 분양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를 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진의든 아니든 집값은 올라서는 안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던지면 던질수록 분양 받으려는 사람은 따라서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남은 대안은 정부나 정부를 대행하는 LH공사 등에서 대규모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125조가 넘는 LH공사 부채가 말해주듯이 이런 사업은 정부 재정의 부실 규모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정책을 바꾸어 일정 부분 가격 상승을 용인하는 정책으로 선회한다면 현재의 전세난은 잡힐 수 있을까요? 수요측면에서는 임대 수요를 매매 수요로 일정 부분 돌리는 효과가 있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는 있습니다만 임대 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 또는 기존의 아파트가 전세 시장에 나오려면 네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첫번째, 주택의 공급량 자체가 늘어나야 합니다.
두번째, 누군가 그 주택을 사야 합니다.
세번째, 그 매입자가 임대를 놓아야 합니다.
네번째, 그 중에서도 전세를 놓아야겠지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놓여있는 생산품이라고 상상을 해보세요. 첫번째 조립 공정은 원활히 돌아가도 두번째 조립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내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맙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현재 주택 시장에서도 발생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 공급량은 늘어나는데, 그 주택을 사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미분양 주택만 늘어나게 됩니다. 첫번째 단계와 두번째 단계 사이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전세가를 잡으려면 그 누군가가 주택을 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택을 전세로 내어 놓아야 합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단계 사이의 문제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 부분은 아무리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분양이 100% 되었다고 그것이 전세 시장에 모두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 중 직접 실거주를 할 주택만 빼고 나머지 일부 물량만이 임대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전세를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본인이 그 집에서 살 필요가 없거나 살수 있는 형편이 안되는 사람이겠지요. 전자는 다주택자를 말합니다. 본인이 실거주할 한 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임대용 주택으로 시장에 공급이 됩니다. 후자는 1가구 1주택자지만 본인은 다른 집에서 살고 본인이 투자한 집을 임대로 주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전세 공급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전세 수요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세 시장 전체로 봐서는 도움이 안됩니다.

결국 세번째 단계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다주택자 수를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참여정부에서는 투기꾼으로 매도되었고, 현 정부에서도 그런 시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참여 정부 이래 정부에서는 양도세 중과나 보유세 강화 등 다주택자를 억제하는 정책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전세 물량이 시장에 추가로 공급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투기적인 의도를 가졌던 아니던 간에 전세를 시장에 공급하는 비중이 가장 큰 공급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 공급이 없다면, 기존의 전세 물량을 가지고 전세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주택 임대 사업자의 경우 DJ 정부 때만 하더라도 일정 기간을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주던 것을 지금은 양도세 과세를 하고 있습니다. 양도세 일반 과세라는 혜택도 따지고 보면 2012년까지 주택을 구입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서는 의무만 많고, 혜택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시장에 임대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현재는 네번째 단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구조와 점점 길어지는 기대 수명 등을 감안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한 순간의 시세 차익보다는 꾸준히 월세가 들어올 수 있는 부동산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임대 시장에서 전세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반전세로 불리우는 보증부 월세가 점점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2011년 3월 기준으로 전국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5.2%으로 2년 전 59.6%과 대비해 4.4% 포인트나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비해 보증부 월세는 2년전 37.8%에서 지금은 42.4%로 4.6%가 늘었지요. 격차가 2년 전과 비교해 9%나 줄어든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3년 후에는 전세보다는 월세가 일반적인 임대 형태가 될 전망입니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집주인)은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월세 제도를 선호하고, 임차인(세입자)은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 제도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세입자에게 점점 불리해지는 임대 시장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임대인(집주인)들은 왜 월세를 선호할까요? 전세를 놓았을 때의 이익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5억 원짜리 주택을 사서 2억 원에 전세를 놓았다고 하면, 실투자금은 3억 원이 됩니다. 임대인은 2억 원에 전세를 주는 순간 2년간 그 집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지요. 대신에 집값이 상승하게 되면 그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시세 차익의 100%를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레버러지(지렛대)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시세차익이 나지 않는다면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각종 세금이나 유지보수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지요. 본인이 우리나라 주거 안정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숭고한(?) 뜻이 없다면 전세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전세제도는 시세차익이 날것을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주택 투자에 있어서 시세차익이 나지 않는다면 전세 제도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지요. 주택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인용합니다. 워낙 많이 인용해서 그 말이 진리인양 너도 나도 쓰고 있지요.

그런데 이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말 자체에 상당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이 거주 기능만 가지고 있다면, 5억 원짜리 집의 전세가는 5억 원이나 그 이상이 되어야 정상입니다. 임대인(집주인)들이 자선사업가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주택은 거주 기능뿐 아니라, 저축의 기능 및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하는 경제적 진실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만 이를 부인하고 이런 정책을 펴나간다면, 전세 제도는 급격히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 중에서는 저금리 때문에 월세로 돌리려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분석입니다. 집을 전세주고 이 자금을 100% 은행에 예치해서 거기서 나오는 이자를 전세의 수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세를 주는 목적은 레버러지 효과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지, 은행에 전세금을 예치할거면 차라리 월세를 주는 것이 훨씬 이익이지요. 통상 월세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년 7월 이후 한국은행에서는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인상했습니다. 저금리 때문에 월세로 돌리려는 사람이 많다면 그 동안 월세로 돌리는 사람이 더 적어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반대입니다. 작년 7월 이후로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금리인상이 된다면 월세만 더 오르게 됩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었기 때문에 은행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집값 상승폭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큼 전세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전세 시장에는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를 정부가 더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전세 보증금 합계가 3억 원을 초과한다면 소득세를 과세하게 됩니다. 2년의 기간이 흘러가면 돌려주어야 할 부채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맞냐는 논란은 있지만 정부의 과세 방침은 확고합니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다주택자로 하여금 월세 시장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과세 대상이 된다면 매달 일정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요인들 때문에 임대 시장에서 전세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보증부 월세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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