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시아블로그]투기의 유혹(버핏의 길, 뉴턴의 길)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부처님 오신날인 지난 10일,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환자가 8명이 된다고 발표했다.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세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바이러스성 질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질병의 정체를 밝히는 데는 최소한 8주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개장전부터 메신저는 바빴다. 어떤 종목이 수혜가 될 것이냐에 대한 나름의 분석들이 이어졌다. 결론은 슈퍼박테리아 테마주로 났다. 원인을 알수 없는 병이니 신종 바이러스와 관련 있는 테마주들이 움직일 것이란 논리였다. 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수혜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한 바이오업체는 상한가를 갔고, 테마주로 엮인 종목들 대부분이 급등했다.
테마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짜 수혜 여부가 아니라 주가의 추가상승 여부다. 오늘 상한가에 산 종목이 내일도 오르면 그만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튜울립 뿌리 하나 가격이 집 한채를 넘을 수 있었던 것도 오늘 산 가격보다 내일 더 비싸게 거래될 것이란 기대감 덕이었다.

치솟는 가격은 투기 참여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400년전 튜울립에 투자했던 사람들도 돈방석에 앉았다. 발빠르게 테마주에 편승한 21세기 대한민국 투자자들도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문제는 거품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집보다 비싼 튜울립 뿌리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도를 하기 시작하자 튜울립 가격은 폭락했다. 튜울립 덕에 백만장자가 됐던 사람들은 구호식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다.
전날 원인모를 폐렴환자 사망소식에 상한가를 쳤던 인트론바이오는 12일 2% 상승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8% 이상 하락한 채 마감했다. 동반 상승했던 테마주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투기의 유혹은 달콤하다. 터무니 없는 가격에 샀더라도 더 비싸게 팔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달려든다. 오죽하면 뉴턴같은 천재도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 단위로까지 측증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인간들의 광기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고 했을까. 뉴턴은 1700년대 영국의 남해주식회사(South Sea Company) 거품에 투자로 7000파운드를 번 후, 재투자했다 2만파운드를 잃었다.

현존하는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금(金) 투자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금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분석에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이 효용가치가 없다는데 주목했다. 금에 투자하는 것은 누군가 자기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주기를 바라는 투기라는 그의 지적을 곱씹어 볼 때다.



전필수 기자 philsu@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기준금리 11연속 동결…이창용 "인하시점 불확실성 더 커져"(종합2보) 韓, AI 안전연구소 연내 출범…정부·민간·학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尹, 거부권 가닥

    #국내이슈

  • '금리인하 지연' 시사한 FOMC 회의록…"일부는 인상 거론"(종합) "출근길에 수시로 주물럭…모르고 만졌다가 기침서 피 나와" 中 장난감 유해 물질 논란 "눈물 참기 어려웠어요"…세계 첫 3D프린팅 드레스 입은 신부

    #해외이슈

  • [아경포토] 이용객 가장 많은 서울 지하철역은? [포토] '단오, 단 하나가 되다' [포토]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

    #포토PICK

  • KG모빌리티, 전기·LPG 등 택시 모델 3종 출시 "앱으로 원격제어"…2025년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서울 시내에 속속 설치되는 'DTM' [뉴스속 용어]"가짜뉴스 막아라"…'AI 워터마크' [뉴스속 용어]이란 대통령 사망에 '이란 핵합의' 재추진 안갯속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