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覇者’ 외국계 기업, 한국서 왜 敗者 됐나?
대한민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중에는 유독 IT·전자 업종이 많다. 하지만 실패 사례가 많은 것도 IT·전자 업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챔피언 기업의 한국 진출 실패 사례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노키아다. 노키아는 1990년대 중반 한국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노키아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던 휴대전화 기종인 CDMA 기종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당시 노키아의 마케팅 전략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노키아’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부족했다. 기존에 노키아가 기득권을 갖고 있던 지역에서 쓰던 방식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쓴 탓이다. 브랜드의 인지도가 부족하니 판매 실적도 당연히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모토로라는 그나마 CDMA2000 도입 이후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보여준 폭발적 인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투박한 디자인과 어려운 사용법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길에서 멀어졌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노트북 업체인 델(DELL) 역시 손꼽히는 한국 진출 실패 사례 중 하나다. 물론 한국의 컴퓨터 제조 및 판매 기술에 델이 당해 낼 기술이 없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델은 애초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 실제로 델은 한국 시장을 중국 대륙 진출을 위한 일시적 교두보로 선택했고, 한국 내 매출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들의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지화 전략’의 부재다. 현지화 전략의 부재는 과거 해외에서 그들이 성공했던 방식을 현지에서도 그대로 재활용했다가 실패했다는 말과 맥이 통한다. 한국 시장을 얕보고 자만하다 큰 코 다친 셈이다.
노키아 스마트폰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등 다른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는 한국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한국어를 지원했다. 하지만 노키아의 OS인 ‘심비안’은 영어로 되어 있었고, 사용법 역시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한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미 외국 시장에서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고 하지만, 변화가 빠른 한국 시장의 시각에서 이미 한물 간 외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은 다른 스마트폰에 몰렸고, 노키아는 또 다시 한국 시장에서 쓴맛을 봐야 했다.
국내 외투기업의 성공 사례 주인공인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외투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라면서 “브랜드를 내세워 판매 전략에만 취중하기보다 해당 시장의 소비자들과의 감성 소통을 통한 격차 줄이기에 신경을 써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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