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집권 말기를 함께 할 장관들에 최측근 후보들을 배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류우익 주중대사를 비롯해 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이 대통령과 함께 해온 인물들이 대거 하마평에 올랐다.
청와대의 한 참모도 "소위 측근들로 불리는 인물들을 다시 중용한다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레이덕(권력누수)을 피할 수 없다"며 쇄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이날 개각을 발표한 후 "대통령이 일 중심으로 인선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다섯명의 후보자를 선정했다"며 "이번에 새로 입각되는 분들로 해서 새 내각은 그야말로 '일 중심 내각이다'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고민은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에 그대로 묻어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4명의 장관 후보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라고 할만하다. 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청와대와 내각에서 줄곧 일해온 이 대통령의 측근 중 한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규용 농림수산식품, 유영숙 환경, 이채필 고용노동, 권도엽 국토해양 등 장관 후보자들은 이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거나, 정권창출을 위해 전면에서 일해온 인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고위직을 맡아 현 정부와는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유영숙 후보자는 여성이고, 이채필 후보자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이다. 출신지역을 봐도 권도엽 후보자만 경북 의성 출신일뿐 박재완(경남 마산), 이채필(울산), 유영숙(강원 원주), 서규용(충북 청주) 등 TK(대구경북) 출신들을 배제했다.
출신학교도 서울대(박재완, 권도엽), 고려대(서규용), 이화여대(유영숙), 영남대(이채필) 등 특정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됐다.
그동안 '강부자', '고소영' 등 일부 인맥 중심으로 인사를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는 분명 차별화 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번 5.6개각은 "무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정부의 경제팀장 격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친정체제를 구축했지만, 다른 부처들에서는 '일'과 '안정'을 선택했다는 것. 박재완 후보자는 청와대 근무 당시에도 일 욕심이 많고, 추진력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집권후반기 경제장관 수장으로 적임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이 발탁돼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