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매년 봄 한 차례 모든 국무위원이 노(No)타이로 난상토론을 벌이는 재정전략회의 현장이었다.
"예산을 너무 묶으면 성장이 어렵다"고 버티던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예산 낭비 요소는 무조건 없애라"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뜻을 접었다.
국무위원들을 긴장시키는 '2011년 재정전략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을 비롯해 향후 5년 동안의 나라살림 기획안을 만드는 자리다.
백미는 재원 배분과 지출 효율화 방안을 다루는 오후 토론 세션.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자는 구호는 단골 메뉴다. 인프라·복지·국방 등 분야별 토론 주제도 정해놨지만, 논의는 대개 대통령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지난해 대통령의 집중 포화를 받은 분야는 농업이다. 대통령은 매년 1조3000억원 안팎의 쌀 직불금(쌀 시장 개방에 따라 줄어드는 농가의 소득을 직접 보전해주는 제도)을 푸는 보조금 중심의 정책을 비판했다.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채근이었다.
올해 회의에서도 농식품부 장관은 화살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장관은 이미 사의를 밝혔지만, 지난해 가을 '배추 파동'을 비롯해 가축 350만 마리가 매몰처분된 구제역에 이르기까지 정책 실패를 문제 삼을 구석이 많다. 이 문제는 특히 정부가 골치를 썩는 '물가 대란'과 맞물려 있어 올해도 '미스터 진땀'의 불명예는 농식품부 장관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외에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 오갈 대화도 관심거리다. 여전히 고환율을 지지하는 듯한 '적정환율' 발언에 국회 대정부질문 불참으로 입방아에 오른 최 장관을 향해 대통령이 어떤 주문을 내놓을지 관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도 예산의 무게 중심은 일자리 만들기에 둘 것"이라면서 "대선과 총선을 앞둔 만큼 가을 국회에서 선심성 복지 예산 증액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돼 재원을 최적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