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금(金)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어요.”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종로4가의 귀금속 상가. 금거래를 원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종로 금은방 매장에는 고요함만 감돌았다.
귀금속 도매백화점 보석장 관계자는 “요즘 이렇게 손님이 없다”며 “주변 상가를 보면 다 개점휴업 상태”라고 울상을 지었다.
종로1가부터 4가까지 금은방이 수천여개 모여 있지만 주인이 자리를 비우거나 아예 셔터를 내린 상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대형 귀금속 매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금은방 130여개가 함께 자리를 잡은 종로4가의 한 대형매장에서는 손님이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이곳의 금은방 주인들은 굳은 얼굴로 말하기도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은방에 손님이 줄어든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 때문이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는 7일 순금 1돈(3.75g)당 소매가가 23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8일엔 23만1000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금값 소매가가 20만원대를 넘어선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로 귀금속 전문점 금화사 관계자는 “그동안 금값이 계속 올라 금을 팔아 현금화하려는 사람은 이미 다 팔았다”면서 “사는 사람도 없고 금거래가 거의 없다”고 한숨지었다.
금값폭등으로 예물이 간소화되거나 돌반지를 현금으로 대신하는 추세도 상인들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예물전문점 장보석 관계자는 “요즘은 예물이 정말 간소화됐다”면서 “커플링이나 꼭 필요한 예물만 준비하고 금열쇠나 골드바, 금거북이 등 예단용 선물들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역시 치솟는 금값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취재 3시간 동안 처음 만난 한 손님은 “반지를 리세팅했는데 예전보다 중량이 줄어든 것 같다”며 “요즘 금값이 얼만데 왜 이렇게 된 것이냐”고 업체 주인에게 따져 물었다.
예물업체 트윈링 관계자는 “요즘에는 손님들이 주변 매장들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싼 것을 원하고 금값은 계속 오르니 마진이 거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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