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력에 굴복···준비 안된 일선 주유소 '혼란'
7일 오전 SK직영 주유점에서는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SK에너지가 정유사중 가장 먼저 할인 방침을 밝혔지만 카드결제시스템 구축이 채 되지 않아 소비자는 당장 카드결제할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이른 새벽 기름을 넣기 위해 A주유소를 찾은 회사원 정모씨(35세·서초구)는 "자정부터 기름값이 할인된다고 해서 늦은 시각 찾아왔는데, 막상 카드결제할인을 하려고 보니 관련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더라"고 토로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다양한 종류의 카드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카드사와 협의중"이라며 "카드결제할인 일괄 적용을 위해서는 1~2주 정도의 시스템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주유소 측은 "통상 정유사 공급가가 일선 주유소 판매가로 반영되려면 1~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기존 구입한 재고가 주유탱크에 남아 있는 데다 그 기름은 비싼 값에 사왔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주유소 밀집 지역에서는 다른 주유소의 상황을 지켜보며 가격 할인 시기를 가능한 늦추려는 '눈치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한 주유소 사장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창덕궁에 있는 B주유소를 찾은 이모씨(42세·종로구)는 "정유사가 공급가를 내리더라도 일선 주유소가 가격 할인에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가격인하 정책은 도루묵"이라며 "토끼몰이식 정부 압박에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내렸지만 소비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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