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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에 인생 건 남자 조보연.. "이제야 의사노릇 제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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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에 인생 건 남자 조보연.. "이제야 의사노릇 제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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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4시간 동안 환자 200명을 봤다. 밀려드는 환자에 그는 기계 같이 움직였다. '명의'라는 칭호는 감사했지만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갑상선 분야 스타 의사인 조보연 서울대병원 교수(내분비내과)가 중앙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스템 마음대로 만들고 팀도 꾸려보라는 김성덕 의료원장의 설득에 "의사 노릇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큰 결정을 내렸다.
유명 교수가 자리를 옮겼으니 환자가 몰릴 법하다.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질문에 "환자가 많아져도 예전처럼 하지는 않겠다"며 선을 긋는다.

서울대병원에서 그를 만나기란 조금 과장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갑상선암 환자는 초음파 검사만 2달, 수술은 6개월 기다려야 한다. 당시를 두고 조 교수는 '무아지경'이란 단어를 썼다. 환자 1명에게 주어진 1분 동안 그는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직관적으로 결정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주는 것 같아 의사로서 더 없이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1분 진료에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후배들이 안타깝습니다."
조 교수를 영입한 중앙대병원은 2008년 문을 연 '갑상선종양클리닉'을 확대해 '갑상선센터'로 재출범시켰다. 용산병원이 문을 닫고 흑석동 본원과 합쳐지면서 새로 지은 별관 '다정관'에 인력과 장비도 추가했다.

강점은 8개 진료과 13명 전문의가 협진하는 체제다. 조 교수는 "우리 의료현실에선 '진료과' 구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갑상선 질환을 보는 의사란 사실이다. 각 진료과 인력이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이 조 교수를 영입하게 된 것은 김성덕 의료원장이 내민 회심의 카드다. 조 교수와 서울의대 동기인 김 의료원장은 앞선 2009년 서울대에서 중앙대로 옮기며 조 교수 영입에 착수했다. 늘어나는 갑상선 질환을 서울대병원이 모두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중앙대병원이 특성화 분야로 삼으면 성공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고심하던 조 교수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건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었다고 김 의료원장은 전했다. 두산그룹은 2008년 중앙대학교를 인수했고,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박 회장은 조 교수의 서울의대 선배다.

재벌이 운영하는 병원이라 자칫 '경제논리'가 우선하는 진료가 될까 우려도 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갑상선암 진단과 수술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암을 찾기 위한 검사를 일부러 하지는 말자, 다만 우연히 발견된 사람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자"는 게 원칙이다. 종양의 크기, 악성이냐 양성이냐의 구분 등에 따른 수술 결정 지침도 자세히 세워놨다.

유명 병원의 수술 대기시간이 너무 긴데, 환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외과, 영상의학과 등은 세계 톱 수준이라 웬만큼 큰 병원이라면 진료의 질 차이는 거의 없다"며 "다만 갑상선암은 재발의 위험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므로 이를 감안해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른 암과 달리 20년 후라도 재발할 수 있는 갑상선암은 첫 치료와 수술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또 환자마다 질병의 진행 과정을 한 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명의'냐 아니냐를 가르게 된다. 때문에 암 진행이 느린 갑상선암은 경험이 많고 수술 후 관리를 잘 하는 병원을 택하는 편이 조금 기다리더라도 환자 입장에서 좋을 것이라고 조 교수는 조언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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