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분야 스타 의사인 조보연 서울대병원 교수(내분비내과)가 중앙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스템 마음대로 만들고 팀도 꾸려보라는 김성덕 의료원장의 설득에 "의사 노릇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큰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에서 그를 만나기란 조금 과장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갑상선암 환자는 초음파 검사만 2달, 수술은 6개월 기다려야 한다. 당시를 두고 조 교수는 '무아지경'이란 단어를 썼다. 환자 1명에게 주어진 1분 동안 그는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직관적으로 결정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주는 것 같아 의사로서 더 없이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1분 진료에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후배들이 안타깝습니다."
강점은 8개 진료과 13명 전문의가 협진하는 체제다. 조 교수는 "우리 의료현실에선 '진료과' 구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갑상선 질환을 보는 의사란 사실이다. 각 진료과 인력이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이 조 교수를 영입하게 된 것은 김성덕 의료원장이 내민 회심의 카드다. 조 교수와 서울의대 동기인 김 의료원장은 앞선 2009년 서울대에서 중앙대로 옮기며 조 교수 영입에 착수했다. 늘어나는 갑상선 질환을 서울대병원이 모두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중앙대병원이 특성화 분야로 삼으면 성공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고심하던 조 교수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건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었다고 김 의료원장은 전했다. 두산그룹은 2008년 중앙대학교를 인수했고,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박 회장은 조 교수의 서울의대 선배다.
재벌이 운영하는 병원이라 자칫 '경제논리'가 우선하는 진료가 될까 우려도 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갑상선암 진단과 수술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암을 찾기 위한 검사를 일부러 하지는 말자, 다만 우연히 발견된 사람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자"는 게 원칙이다. 종양의 크기, 악성이냐 양성이냐의 구분 등에 따른 수술 결정 지침도 자세히 세워놨다.
유명 병원의 수술 대기시간이 너무 긴데, 환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외과, 영상의학과 등은 세계 톱 수준이라 웬만큼 큰 병원이라면 진료의 질 차이는 거의 없다"며 "다만 갑상선암은 재발의 위험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므로 이를 감안해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른 암과 달리 20년 후라도 재발할 수 있는 갑상선암은 첫 치료와 수술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또 환자마다 질병의 진행 과정을 한 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명의'냐 아니냐를 가르게 된다. 때문에 암 진행이 느린 갑상선암은 경험이 많고 수술 후 관리를 잘 하는 병원을 택하는 편이 조금 기다리더라도 환자 입장에서 좋을 것이라고 조 교수는 조언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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