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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싱글골퍼,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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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에 매너까지 좋은 골퍼를 그리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어느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 약간 쉰듯하면서도 단어 하나하나에 임팩트가 실려 있는 고객님의 목소리를 듣자 고객님의 직업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서로 인사만 한 정도로는 신상정보를 여쭤보기가 겸연쩍어서 친해진 뒤로 미루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첫 티 샷을 하자마자 고객님 직업을 알아버렸어요. 울리는 벨소리에 전화를 받자마자 "자, 기도하겠습니다. 자매님, …어쩌고 저쩌고…믿습니다…어쩌고 저쩌고…주여!" 기도는 세컨드 샷 지점으로 이동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그토록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는 이렇게 기도를 많이 하셔서 절로 만들어졌나 봅니다.

또 목소리는 어찌나 크신지 옆 홀 그린까지 들릴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진지하게 기도를 하셔서 카트 소리도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른 세 분의 서브를 마쳤어요. 조금 기다리자 "아멘"하시고는 끊자마자 "자매님, 8번 아이언주세요"라고 하십니다. 제가 "고객님, 저, 거리는…"이라고 말을 이으려고 하자 "그냥 8번 주시면 돼요"라며 잘라 말씀하십니다.

약 145m 되는 거리여서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너무도 멋지게 핀 옆으로 척 붙이십니다. 기도 중이셨는데 거리는 언제 확인하셨을까? 목사님들께서 골프를 즐기는 건 여러 차례 봤지만 매 홀마다 버디 찬스를 만드시는 목사님은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로 날씨가 우중충했지만 목사님께서는 "오늘 우리팀이 마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신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전국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공항 기상청의 예보를 빗나가게 했죠. 저는 "목사님! 골프도 하느님께 잘 치게 해달라고 기도하셨어요?"라며 진지하게 여쭤봤습니다. "허허. 오늘 유머 있으신 자매님을 만났군요." 그 뒤로는 저도 매일 아침 기도를 한답니다. "하느님, 오늘도 그날 목사님 같은 네 분을 만나게 해 주소서"라구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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