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필두로 한 재계 역시 탐탁지 않은 심기를 표하며 동반성장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지식경제부, 공정위 등 범부처 차원에서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건 없이 여전히 목소리만 높이는 형상이다.
산업계 내 갈등이 첨예한데다 이제 시작인 만큼 '추후 논의 후 결정'인 사안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동반성장위 출범 이전부터 거론됐던 예산·인력확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민간기구인 탓에 배정된 예산이 없는데다 그나마 큰 재원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경련 산하 재단의 기금은 오리무중이다.
정운찬 위원장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예산이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경련에서 100억원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정부 모두가 함께 기금을 모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원회에서 적합업종 및 품목선정 실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교수 역시 "위원회 자체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근거가 없어 업무를 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처 내 손발이 안 맞는 점도 거론됐다. 대표적인 곳이 공정위. 곽 교수는 "대기업 평가는 공정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관련자료 요청이나 업무를 협조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나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칼자루'를 쉬이 넘겨주지 않으려는 의미로 읽힌다.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 내 일선 실무부서 차원에선 여전히 공조(共助)되지 않는 점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산업계 갈등불씨 여전…험로 예상=이번에 선정된 56개 대기업에 대한 적절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 LG 등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들 각자 회사별로 동반성장을 독려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최종결정권을 가진 오너가 개입할 여지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선정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각 계열사가 지향하는 방향과 그룹사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보완책은 없었다. 그냥 '믿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점차 거세지는 외부 입김도 있다. 이날 발표 이틀 전인 21일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은 "동반성장 지수 기준을 완화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범정부차원에서 동반성장 이슈를 끌고 갈 때는 큰소리 내지 않다 관련대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경련은 현 산업계 실정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주요 산업별 단체가 대책의 한두가지씩 문제 삼으면서 결국 동반성장위가 애초 구상했던 내용들은 추후 논의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안이 정부가 대기업을 윽박지르고 타일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만큼 적극 나서줘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정 위원장은 "지수를 매긴 전체 기업을 공개하자는 데 대해 일부 반대 여론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면서 "민감한 내용인 만큼 좀더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이날 대책에 대해 "유인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면서도 "대기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앞으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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