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위한 주주가치 제고냐 최회장 안정적 경영권 확보냐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임철영 기자]정철길 SK 대표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이 때 최 회장에게 힘이 된 사람이 정 대표다. 정 대표는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직에 취임한 1998년 그룹 구조본부추진본부 인력팀장(상무)으로 발탁된 이후 최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 위기 돌파의 산파역을 했다. 당시 구조조정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면서 오늘날 SK그룹의 기반을 마련했다.
핵심 요직을 두루 섭렵한 정 대표는 지난해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SK C&C 대표로 취임했다. 정 대표가 이번에는 자신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앉혀 준 최 회장에 대한 화답에 나섰다.
보통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 개선에 대한 CEO의 의지를 주주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회사측도 "통합 지주회사 탄생에 대비한 주가 끌어올리기라는 해석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한 CEO의 의지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런 회사측의 공식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정황상 주가 올리기를 통해 최 회장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중론이다. 통합 지주회사 탄생이 불가피한 SK그룹 입장에서 SK C&C의 주가가 SK 주가에 근접할수록 합병시 최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당위론(當爲論)'이다.
SK C&C와 SK의 합병이 유력한 가운데 지배구조상 SK그룹 지주회사격인 SK C&C의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합병 지주회사 탄생시 최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주춤한 SK C&C의 주가 상승세다. 공모가 3만원으로 시작한 SK C&C의 주가는 한때 10만6500원까지 호가했지만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 포지션때문에 힘을 잃고 9만2300원(17일 종가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정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며 주가 수호에 앞장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주회사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인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는 통상 30% 이상 지분율 수준에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현재 상태로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K가 현재가 기준으로 SK C&C와 합병 된다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20% 수준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가 불안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업구조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에 대한 최 회장 지분율은 0.02%(1만주)에 불과하다. 최 회장이 2225만주(4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 C&C의 SK 지분율이 31.82%(1494만4432주)임을 고려할 때 현 주가 수준에서 합병될 경우 최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최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SK C&C의 주가(17일 종가 9만2300원)가 0.01%의 지분율에 불과한 SK의 주가(17일 종가 14만원) 대비 66%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종가 기준 SK C&C와 SK가 통합 지주회사를 위해 합병된다고 가정했을때 최 회장의 지분율은 22%로 낮아져 외국인 지분율인 17% 수준과 맞먹게 된다.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율 5%와 SK텔레콤의 지분율 2%를 포함하더라도 사주 일가 지분(27%)은 30%에 못미치게 된다.
여타 주요그룹 지주회사의 사주 일가 지분율을 살펴보면 SK 통합 지주회사에 대한 경영권 불안정성이 더 부각된다. LG의 경우 구본무 회장 외 40명이 48.6%, CJ는 이재현 회장 외 6명이 42.4%, 두산은 박용곤 회장 외 38명이 36.2%, 한화는 김승연 회장 외 8명이 36%, LS는 구자열 회장 외 40명이 33.4%를 각각 보유해 30~50% 수준의 분포도를 보였다.
SK C&C측도 상장 이후 주가 상승세의 기반이 합병 기대감이라는 설명과 함께 현 상태에서의 합병시 경영권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SK C&C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경우 40% 수준의 사주 일가 지분율이 안정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사의 주가가) 지난 2009년 11월 상장 이후 3배가 뛰어넘는 주가 상승을 보인 것은 SK와의 합병 기대감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상원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시나리오와 관련 "내부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합병을 하더라도 주가가 정리된 다음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SK C&C의 주가가 SK의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현 상태로는 합병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가 전문가들은 최근 SK C&C에 대해 KB금융과의 자사주 맞교환으로 잠재적 매물부담이 해소됐다고 평가하며 하향 추세에 있는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3D맵 솔루션 등 신규 성장사업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록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사업의 성장성이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그룹차원에서 SK C&C와 SK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양사의 합병후 IT 서비스부문을 분할하는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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