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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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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3억 인구 중 쓸 사람이 없다. 중국에 부는 변화의 바람 탓이다. 임금 등 복지 수준이 올라가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눈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공장으로 유입됐던 농촌 청년들도 국가 지원으로 농촌에 남고 있다.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 임금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해안을 따라 공장을 지은 한국 기업들은 더 내륙으로 갈지 3국으로 갈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차이나 드림'이 종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학동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위해 威海)시 한인상공회장(49)은 위해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해상왕 장보고의 숨결을 따라 중국 산동성에 정착한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였다. 이 회장은 한·중 수교 후 2년여 세월이 지난 1995년, 중국 위해에 정착했다. 허허벌판 척박한 땅에 의류생산공장을 세웠다. 이후 15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한국 공장과 같이 운영했지만 결국 한국 공장을 처분하고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친구 따라 강남 왔다. 지인 따라 왔던 중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느꼈다. 이후 15년간 중국에 있으면서 많은 기업들의 성공과 좌절을 지켜봤다. 약 5년 전 만해도 2400여개 업체가 진출했다. 이때만 해도 진출시 이득을 보는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했다. 업황이 까다로워졌다. 준비된 대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졌다. 이에 위해시 재정조달의 60%를 한국기업에서 담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기업은 1300여개 정도다."

이 회장은 중국으로 나오는 한국 기업들의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외자 유치를 위해 만방의 노력을 기울였던 지난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회의: 최고국가권력기관)에서 최대 쟁점 안건을 '복지'로 삼으면서 한국 기업이 활동하기에 더욱 힘들어졌다.
먼저 임금이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구정 전 임금과 사회보장보험 보험료율이 오른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어 지난 1월 중순 종업원이 연쇄 자살한 '팍스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은 약 760위엔(13만6000원) 정도로 최저 임금 수준이었으나 한국 기업들은 약 840~860위엔까지 조정했다. 이어 지난 3월 열린 전인대에서 최저 임금을 920위엔으로 발표했고 현재 2000위엔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보험료율도 현실화돼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이 회장은 이같은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에 따른 복지 부분의 발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이처럼 조건이 나아졌는대도 실제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대졸 고학력자의 취업난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 회장은 "중국 해안을 따라 위치한 제조업 공장에 노동자 부족을 경험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다"며 "많게는 몇 백명의 인원이 부족한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 내륙에서 나온 젊은이들로 가업을 이어가고 싶어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공장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었다"며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 정부의 내륙지역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노동자들의 눈이 높아졌다. 이들의 유입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 드림'으로 이룩한 경제적인 부가 '차이나 리스크'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밝힌 것은 향후 전망이었다. 그는 "중국내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는 더욱 거셀 것"이라며 "한국기업들도 현재 중국 내륙으로의 진출, 제 3국으로의 도전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발전과 위기의 한국 진출 기업간에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결국 공장 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 관료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른바 '관시(關係)'도 더이상 큰 무기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그는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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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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