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15세 이용가였던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2)'가 올 4월에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고 이른바 상식을 ‘깨는’ 등급 판정으로 술렁이고 있다. 게임자체만 놓고 본다면 스타2의 이같은 판정은 이해하기 힘든 과도한 규제가 맞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내용상의 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심의결과와 올해의 심의결과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심의만을 놓고 논한다면 ‘스타2’는 때를 잘못 만난 불운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타2의 출시로 인해 한국 게임시장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되는 상황이었고 정부 또한 이에 긍정적이었을 것이다.
게임산업을 조율하는 정부부처는 물론 게임업계 전체가 이 같은 국민여론을 두고 볼 수는 없었고 두고 봐서도 안됐다. 허나 이렇듯 액션을 취하는 분위기에서 기존 한국의 사회구조 자체를 뒤집어 놓았던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이 12세 이용가를 위해 재심의를 받았다. 이건 블리자드가 타이밍을 너무 잘못 잡았다. 사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그들에게 다시금 고민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됐다.
가뜩이나 뜨거워진 논란을 식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분위기에서 스타2로 인한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게임산업 주무부처로서는 그런 상황에서 스타2 때문에 사회가 다시금 게임 과몰입 논란에 휩싸이면 곤란해진다. 잘못하면 외국 게임 하나로 인해 한국 게임 산업이 진짜 엉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았을까.
문광부도 비록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문광부 나름의 정당성과 명분이 있다. 게다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한국 e스포츠협회와의 협상 결렬로 인해 문광부는 더욱 블리자드를 도와주기 힘들게 됐다. 가뜩이나 한국사회 환원에 인색한 외국계기업이라는 평을 받는 블리자드인데 말이다. 허나 블리자드의 경우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게임사 스스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써 자신의 소신대로 운영할 뿐이다. 스스로의 부당한 심의에 항의하고 e스포츠 협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니 결렬한 것이다.
현재 상태로는 청소년만을 아군으로 둔 블리자드의 패배는 자명하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같이 힘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청소년들이 일치단결하여 청와대 앞에서 “19금이 웬말이냐, 스타2 보장하라” 외쳐본다 한들 우리 사회에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는다. “우리 애가 드디어 미쳤어요”. 오히려 게임 과몰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것이다.
블리자드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스타2의 한국서비스 취소, 혹은 잠정적 보류다. 이렇게 되면 문광부도 그저 배째라 식으로 방관하기는 힘들어진다. 청소년의 목소리만이 아닌 전체 게임유저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글로벌 게임업계라는 시각 안에 놓고 봤을 때 이런 대결구도는 업계 내에서 발생하는 집안싸움에 불과하며 정부는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허나 국가, 사회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는 분명 자국의 안정 및 발전을 우선시하려는 한국정부와 운영정당성 및 이익추구의 미국기업 간의 대결구도이다. 블리자드는 게임을 진정 즐기고 좋아하는 자들의 집단으로 유명하며 스스로들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을 단순한 수익사업으로만이 아닌 문화사업으로 생각한다면 블리자드가 먼저 한발 양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신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라도 일종의 보상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또한 부당하게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될 선의의 피해자인 청소년의 경우 성인의 동의하에 스타2를 즐길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 그나마 괜찮겠지만, 현존 게임법상 영화법과는 다르게 보호자의 동의를 구한다 할지라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정당히’ 즐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한 점은 어른의 눈으로 봐도 게임자체로서의 스타2는 절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前 게임파워, 게임메카 기자
前 온게이트 팀장
신상민 게임칼럼니스트
신상민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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