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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김인식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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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지금만큼 힘들었을 때 양말을 벗고 하얀 맨발로 연못 속에 들어가 공을 쳐 내던 박세리 선수의 모습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 선수는 외환위기로 좌절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습니다. ‘박세리 효과’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경제난에서도 골프 인구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 지금 LPGA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 중에서 상당수는 박세리 선수를 보고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박세리 키즈’입니다.



당시 우리에게는 또 한명의 영웅이 있었습니다. LA다저스에서 한국 야구를 세계에 알린 박찬호 선수입니다. 사는 게 힘들고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박찬호 선수가 등판하는 날에는 삼삼오오 모여앉아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1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때의 흥분과 감격이 느껴집니다.



지금 우리는 또 한명의 영웅을 만났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도 그때처럼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영웅에게서 불황기 인생과 경영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 영웅은 바로 국가 대표 야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입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국가대표를 맡은 김 감독은 어제 베네수엘라를 물리치고 우승 문턱까지 왔습니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빠진 이번 국가대표팀에 대해 국민들은 사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신뢰 야구’와 백만불짜리 용병술로 세계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입니다. 어눌한 말투, 힘없는 표정을 듣고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 사람이 야구감독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명장(名將)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신뢰하니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대표팀 28명의 연봉총액이 76억원인 반면 일본대표팀은 무려 1310억원에 달합니다. 1인당 평균 연봉도 한국은 2억7000만원, 일본은 47억원으로 크게 차이가 납니다. 베네수엘라는 어떻습니까. 22명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고 주전멤버 9명의 연봉 합계는 무려 1200억원에 달합니다. 실력이나 평판으로 봐도 우리보다 앞선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리더십은 이런 핸디캡을 극복했습니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자, 선수들이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합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많은 ‘김인식 감독’이 필요합니다. 김 감독과 같은 리더십을 갖춘 사람말입니다. 직장도 가정도 시쳇말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입니다. ‘잡 셰어링’이란 명분을 내걸고 신입사원의 월급을 깎고, 임원은 연봉이 줄어들고, 동료는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는 그런 냉혹한 상황입니다.

가정은 어떻습니까. 실소득이 줄어드는데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아놓은 재산은 없는데 퇴직의 순간이 다가오고, 퇴직 후에도 30년 안팎을 더 살아야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밤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리더가 바로 김 감독과 같은 사람입니다. 경영자도, 가장도 ‘김인식 리더십’을 배워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기에 리더들은 어떻게 ‘팔로우 리더십’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고통분담의 해결책을 찾는 건 임시봉변에 불과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맞닿고, 믿음과 신뢰를 주고받으면서 진정한 고통분담을 이뤄내야 합니다.



리더 여러분! 선수들의 마음을 얻은 김인식 감독을 배우십시오. 조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한번 해보자’라는 의기투합을 이끌어낸 그 리더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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