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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힙템]K2 신발연구소 부장 "신발명가 비결은 발로 뛴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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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신발 연구소 이정호 부장
수만번 테스트 결과 데이터화 작업 주력
K2 브랜드 매출의 20% 신발에서 발생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만든 사람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듯, 등산화(신발)도 똑같다. 한국인 발 모양에 최적화된 신발 배합을 찾아내 국내 어디를 돌아다녀도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정호 K2신발연구소 부장은 최근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K2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신발 부품이 빼곡히 들어찬 연구실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장은 20여년간 직장 생활을 신발 연구에 매진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이후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에서 신발 생체역학적 성능평가를 담당했다. 한국인 발 모양과 움직임에 맞는 신발을 파악하는 업무였다. 이 덕분에 신발 아웃솔(밑창) 특허도 다수 등록했다. 이후 LS네트웍스 내 신발 연구 업무를 맡았던 이 부장은 2016년 K2코리아 신발연구소에 들어왔다.

이정호 K2코리아 연구개발팀 부장이 신발연구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민지 기자]

이정호 K2코리아 연구개발팀 부장이 신발연구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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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코리아는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처음 등산화 '로바'를 만든 회사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신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이정호 부장 포함 2명의 인력으로 시작해 현재는 9명으로 커졌다. 최근엔 K2 그룹 내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신발과 의류 관련 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통상 연구소를 떠올리면 책상에 앉아 신발에 들어가는 재료, 디자인, 솔(Sole·발바닥 창) 기능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K2코리아 신발연구소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책상보다는 운동 기구와 성인 남자보다 큰 기계들이 즐비했다. 한쪽에는 심한 소음을 내는 기계가 작동되고 있었다. 흰색 천 위에 청바지 천을 끼워 얼마만큼 문질러야 이염이 되는지 확인하는 기계다.


화강암이 덕지덕지 붙은 기계도 마련됐다. 국내 산악 지형의 80%는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신발 밑창(아웃솔)이 화강암 지형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지지하는 힘은 어떤지 등을 몸소 확인하기 위해 들여놓았다. 이 부장은 “좋은 소재와 기술력을 접목해 신발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자 만족으로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회사 안팎에서 수만번의 테스트를 진행하면 결과를 수치화해 개선해야 할 부분과 다른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강암 타일 위해서 등산화 접지력을 테스트 하는 모습.[사진제공=K2코리아]

화강암 타일 위해서 등산화 접지력을 테스트 하는 모습.[사진제공=K2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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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에선 '필드 테스트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필드테스트팀은 생산 전 신발을 받아 제품을 평가한다. 을지대학교 스포츠 아웃도어학과에 재학 중인 30여명의 학생이 소속된 팀이다. 평가자들은 약 20일 동안 최대 250㎞, 짧게는 100㎞를 걷고 뛰어야 한다.

연구소는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도 마련했다. 테스트팀은 다양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어 착용감이 달라졌는지, 솔의 느낌이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 2018년부터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연구소는 현재까지 2000여명의 발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는 다음 제품을 기획하는 데도 반영된다. 실제로 최근 여성들의 발 모양이 발볼이 넓어진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고 판단해 와이드 핏의 신발을 내놓기도 했다.

K2신발연구소가 만든 테스트 애플리케이션(앱). 필드테스트 결과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사진=이민지 기자]

K2신발연구소가 만든 테스트 애플리케이션(앱). 필드테스트 결과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사진=이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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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연구소가 정착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내에선 연구소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많았다. 기획, 생산, 유통, 마케팅 과정에 연구소가 비집고 들어섰기 때문이다. 생산이 이뤄지기 위해선 연구소를 꼭 거쳐야 한다. 연구소는 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과 엄격한 성능테스트 결과를 데이터로 만들어 기획팀에 돌려보낸다. 신랄한 반응 혹은 낮은 점수를 받아든 직원들 입장에선 이를 불편하게 여겠다는 후문이다.


K2는 아웃도어업계에서 신발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다. K2 브랜드의 연간 매출은 4500억원 정도로 이 중 신발 매출은 20%(약 900억원)에 육박한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신발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8% 수준임을 고려하면 K2의 신발 매출은 경쟁사보다 앞선 것이다. K2가 직접 개발한 '엑스 그립(X-grip) 아웃솔'에 대한 수요가 탄탄하게 뒷받침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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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매출 비중은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면서 등산화를 산을 탈 때만 신는 신발이 아닌 일상에서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K2가 선보이는 '플라이하이크' 시리즈는 2018년 출시 이후 100만족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최근엔 기존 대비 경량화된 신제품을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이 부장은 해외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는 신발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현재 K2코리아의 신발 기술력과 앞으로 쌓아갈 데이터를 접목한다면 '아크테릭스' 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장은 "과거에는 아웃도어 관련 행사장에 가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기술력을 뽐내는 자리였지만 지금 국내 기술력을 보면 선진국들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며 "신발 경쟁력을 높여 K2가 2조원대의 매출을 낼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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