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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약 비준 추진한다지만…재계·野설득 가능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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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부 장관,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 발표
"정기국회 내에 3개 협약 비준동의안·법안 함께 논의 준비"
경사노위 합의 도출 실패 후 결단…한-EU FTA 무역분쟁 예방
노사 대립 여전히 팽팽…한국당은 협약 비준에 부정적 입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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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창환 기자, 김혜원 기자] 정부가 사회적 합의에 실패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경영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에서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강해 야권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겠다"며 "금년 정기국회(9월)에서 3개 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관계 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공식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UN) 산하기구인 ILO는 결사의 자유ㆍ강제노동 금지ㆍ아동노동 금지ㆍ차별 금지에 관한 8개 협약을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핵심협약로 분류해 회원국에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제87호ㆍ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ㆍ제105호)에 관한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중 강제노동 제105호를 제외하고 국회 비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조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조약(제98호)에서는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하다.


◆한-EU 무역갈등 우려 차단=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분쟁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 성격이 짙다. 지난해 EU는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현재 분쟁해결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소집을 예고한 상태다. 우리나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늦출수록 양국 간 자유로운 무역확대에 장애물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 장관은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EU와의 분쟁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고용부는 최근 FTA상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EU는 반덤핑 관세법 개정하면서 덤핑 여부를 판단할 때 사회적 기준을 고려하도록 법을 개정했고,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도 이에 포함돼있다"며 "최근 EU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중국을 상대로 반덤핑 관세 부과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EU와의 무역갈등 소지를 없애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고용부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와 무역 관계 등을 고려해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사노위 운영위원회가 지난 20일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논의를 종결하면서 정부가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이 같은 결단을 냈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연대 등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노동법 개악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민주노총과 노동자연대 등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노동법 개악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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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진 'ILO 핵심협약' 쟁점은= 정부가 비준 추진 의사를 밝힌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은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 권리와 활동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제98호 역시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으로 단결권 행사 중인 근로자의 보호와 반노조적 차별행위로부터의 보호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두 가지 핵심협약이 통과되면 실업자와 해고자, 공무원 등 누구나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실업자나 해고자도 임금을 받지 않으면서 임금이나 단체협약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경영계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제29호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병역법에 의해 전적으로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작업 등은 예외로서 강제노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다만 공익근무, 예술ㆍ체육 요원 등 대체복무의 경우 강제노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협약 비준 시 이와 관련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주요 쟁점인 우리나라의 보충역 제도가 협약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돼 협약 취지에 최대한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제105호 협약은 정부 추진 계획에서 일단 제외됐다. 강제노동 철폐 협약인 제105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노조파업을 막기 위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형벌체계를 개편하는 문제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비준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회ㆍ재계 동의 얻기도 만만치 않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고용부는 노동계가 요구한 '선(先) 비준 후(後) 입법'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법과 상충해 법 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에 대해선 국회가 동의권을 갖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정기국회 내에 비준동의안과 관련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안을 도출하긴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 소속인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이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라며 비준안 처리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재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시 노사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의 내고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결사의 자유 제87호와 제98호는 노동계의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노사 갈등을 심화시켜 우리나라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사용자 대항권으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ILO 관련 법 개정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개선, 사업장 내 쟁의 행위 금지 등 재계의 입장이 반영된다면 충분히 비준에 동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ILO는 한 국가의 노사 관계의 틀이 바뀌는 지대한 사안이기에 한국 노동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냉철한 판단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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