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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무료배달 경쟁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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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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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주문에 허들이 됐던 배달비를 없애 외식업주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매출을 증대할 수 있습니다." 무료 배달을 선언하며 배달 플랫폼 업체가 내놓은 설명이다. 하지만 무료 배달 경쟁 한 달여가 지난 뒤 들리는 것은 "무료 배달 때문에 외려 힘들어졌다"는 외식업주들의 볼멘소리다. 무료 배달을 둘러싸고 플랫폼의 기대와 외식업주가 받아들이는 현실이 다른 것이다.


무료 배달 경쟁이 왜 시작됐는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달 배달 업계를 뒤흔든 무료 배달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은 쿠팡이츠다. 지난 3월26일부터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1일부터 동선에 따라 최적 묶음 배달을 하는 알뜰배달을 무료로 바꿨다. 나흘 뒤 요기요는 묶음 배달뿐만 아니라 한 집 배달까지 무료로 배달하겠다며 참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달비가 비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탈하는 사용자가 속출했는데, 논란의 배달비가 사라지는 데는 열흘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속전속결로 배달비를 없앤 것은 이 시장의 경쟁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1년 전부터 할인 프로모션 경쟁에, 무료 배달 경쟁까지 이어졌지만 배달 앱을 사용자는 2200만~230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각 업체의 사용자 증감은 경쟁사의 고객을 뺏고 뺏기며 나타났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든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달 생태계의 한 축인 외식업주는 이런 경쟁이 마뜩잖다. 밖에서 보기에는 무료 배달로 인한 외식업주의 추가 부담은 없다. 배달비는 식당과 소비자가 나눠 부담하는데 이 중 소비자가 내던 것을 플랫폼이 대신 내는 것이 지금의 무료 배달 구조다. 무료 배달로 배달 주문이 많아져 매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는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무료 배달은 플랫폼이 주문 중개와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 배달’에만 적용된다. 플랫폼에서 주문받되 배달은 식당에서 하거나 배달대행사를 통하는 ‘가게 배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문 중개만을 하는데 배달비를 플랫폼이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그런데 가게 배달을 하는 외식업주의 입장에선 무료 배달로 사용자가 옮겨가면서 고객이 감소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배민의 경우 가게 배달과 자체 배달 비중을 7대 3 정도 보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서 매출 감소를 호소하며 무료 배달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른다.


소비자는 당장 내던 돈을 안 내고 무료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반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실제 ‘무료’일지는 알 수 없다. 수익을 내야 하는 플랫폼 입장을 고려하면 마케팅 비용 투자로 이뤄지는 지금의 무료 배달을 영원히 지속하기는 어렵다. 쿠팡이츠 무료 배달 대상인 와우 멤버십 회비가 58%나 인상된 것은 결국 소비자도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배민 역시 무제한으로 배달팁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배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복잡다단하다.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야 하는 플랫폼의 입장도 있고, 그 틈바구니에서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외식업주의 사정도 있다. 한쪽의 주장만으로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명확한 사실은 소비자와 더불어 외식업주, 라이더 등 생태계 구성 주체를 모두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더라도, 어느 수준에서는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무료 배달 경쟁이 소비자 혜택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은 외식업주의 성장을 위한 경쟁이 돼야 한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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