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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응급조치로 3개월 시간벌어…위기는 내년 초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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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6조원 규모 RP매입
금융위 예대율 규제 완화
시장요구 수용해 급한 불 껐지만

금융권 "내년초가 더 위험" 경고
"3개월 후 다시 만기, 그 때 차환 제대로 될지 의문"
"금리 오르면 신용등급 떨어지며 부실 회사 드러날 것"

금융위원장-5대 금융지주 회장
다음주 만나 시장안정 방안 논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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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단기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카드는 다 꺼내며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3개월 시간을 벌었을 뿐’이고 ‘내년 초에 다시 위험이 찾아올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경고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시장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며 채권시장의 ‘돈맥경화’를 치료하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3개월간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포함해 이를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해주기로 했다.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한은 대출 관련 담보증권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를 포함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유동성에 여유가 생기게 된다. 한은은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실시한다. 평소엔 RP매각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지만, 이번엔 RP를 사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은행권 예대율 규제 완화를 코로나19 위기 수준으로 완화해 은행이 기업들에 대출을 더 해줄 수 있는 길을 텄다. 예대율 규제 비율(은행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은행 105%, 저축은행은 110%까지 완화했다. 현재 규제 비율은 모두 100%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정상화에 이어 예대율 규제 문턱까지 낮추며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추가 확대 여유가 생겼다.


시장에서는 일단 발표한 대책의 실행 속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8일 "지원 규모와 대책의 다양함에 있어서는 시장의 기대에 일정 부분 충족하나, 대책의 실행 속도가 지연될 경우 시장의 의구심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예를 들어 채권안정펀드를 20조원까지 조성한다고 했으나, 실제로 금융사와의 사전 협의가 없으면 추가 캐피털 콜이 적시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심리 못 살아나면…3개월 후 채권 롤오버 의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의 빙하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의 빙하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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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지금 유동성을 공급받은 단기채권 만기가 3개월 후에 또 올 텐데 그때 차환이 제대로 될지가 의문"이라며 "정부에서 어제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그게 분양으로 이어져 부동산 심리가 되살아나기엔 석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 ‘롤오버’ 문제가 터질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또 재무 관리를 방만하게 했던 일부 기업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


내년 초쯤이면 기준금리가 3.5% 또는 3.75%까지 될 것이고, 웬만한 우량 회사채 금리도 6~7%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때부턴 부실기업이 하나둘씩 터져 나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 금리로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게 각사들의 재무제표상 반영되는 시점이 내년 초부터고, 기업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회사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방만하게 운영했던 기업들은 못 견디고 구조조정을 하거나 시장에 매물로 나올 텐데 그때부터 진짜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초 신용위기로 번질 수도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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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금시장 불안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 위기였다면, 내년부터는 실제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PF 사업장이나 기업 자체의 리스크가 문제 되는 신용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워런 버핏이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듯이 그동안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많은 이익을 거뒀던 금융사들이나 기업들은 매우 어려워지는 시절이 돌아왔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급한 불을 꺼야 하니까 대규모 대책으로 모두를 한꺼번에 구조해준 것이지만 앞으로는 기업이나 PF 사업장에 대해 우량, 비우량을 구분해 정말 부실한 것들은 한번 정리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다음 주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지주의 역할을 강조하고 정부의 시장안정 조치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채권·증권시장 안정 펀드 재조성 사업 등 시장안정 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어음(CP)·전단채, 은행채 발행 축소, 단기자금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고 계열사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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