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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스토리]현직 검사의 총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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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박대범 부장검사 총선 출마
황운하 대법원 판례로 현직 출마 막을 길 없어
정치 검사 걸러내는 건 유권자 몫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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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치러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검찰총장 임기를 마친 지 몇 달 안 된 김도언 전 검찰총장이 신한국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검찰총장은 퇴임 후 법무부 장관 외에는 다른 공직을 맡지 않던 관행을 깬 사례였다.


이후 국회는 1997년 1월 검찰청법을 개정해 ‘총장은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당의 발기인 또는 당원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과 차기 총장 후보군에 있던 고검장들은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우월적 지위를 갖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와 참정권의 지나친 제한”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직 부장검사가 사직 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에 출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장에서 고향의 지인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다”라는 등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던 김상민 부장검사다. 박대범 마산지청장은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는 두 사람 외에도 이전 정부에서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검사로 지목됐던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과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이 검사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이 전 고검장은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신 전 지검장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허위보도에 관여한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전직 검사 출신 중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을 맡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수사외압이라고 주장하며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다. 권 의원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사 출신의 국회 진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에 법을 공부하고 법과 관련된 일을 오랜 기간 업으로 삼았던 검사가 입성하는 게 뭐가 이상한가. 현역 의원 중에도 국민의힘 권성동·김도읍·김웅·유상범·정점식 의원, 민주당 김회재·소병철·송기헌·조응천·백혜련 의원 등 검사 출신 의원이 여럿 있다.


문제는 검사가 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거나, 현직에 있으면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정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진출할 목적으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성을 저버리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검사도 사람인 이상 지지하는 정당이 있을 수 있고, 정치적 소신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소신이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드러나는 순간 국가공무원법 제65조가 정한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검사윤리강령 제3조의 정치운동 관여 금지 조항 위반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를 막을 방도가 없다.


2021년 대법원은 현직 경찰의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소송에서 “공무원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되기 위해 법이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그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원 접수 시점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라며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적어도 현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하는 건 검사 개인의 몫이고, 정권에 충성한 공으로 공천을 받은 후보자를 선거에서 걸러내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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