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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스토리]‘돈봉투’ 피의자 송영길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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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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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봉투’ 의혹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검찰에 출두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실로 올라가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먼저 불러달라고 한 건 빨리 수사를 종결해달라는 취지였지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고, 해명은 판사 앞에 가서 하겠다며 검찰에선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수백만원씩 든 돈봉투가 현역 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살포된 의혹이 터졌고, 같은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이 이미 구속까지 됐다.


금권선거 범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임에도 앞서 공개 석상에서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라고 했던 그는 이날도 공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를 ‘정당 내부 잔치’라고 했다.


자신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해 뛴 동료 의원들이 돈봉투를 돌렸고, 자기 자신이 그 선거에서 당선된 장본인인데도 일말의 책임 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다. 본인은 모르게 저질러진 일이니 내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건지, 설사 알았다고 한들 그게 무슨 큰 죄이냐는 건지 속내를 알 수 없다.

검찰에 범죄 혐의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는 피의자가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미리 포스터까지 만들어 공지하고 포토라인에 선 모습도 정상은 아니다. 한동훈 장관이 지적한 대로, 본인이 민주 투사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 조사를 받으러 나온 줄 착각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실제 송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효창동에 있는 이봉창 역사울림관을 방문한 사진과 함께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투척했던 이봉창 의사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저 자신도 돌아봤다"고 썼다.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분과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자신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자기 최면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정말 송 전 대표 모르게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꾸민 일이라고 해도, 부정한 돈이 개입된 선거의 당선자였던 그로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몸을 낮추는 게 최소한의 예의다. 총선을 앞둬서인지 몰라도 지나치게 당당한 모습이다.


수사받는 피의자가 검찰의 표적수사를 주장하며 법정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고 한 게 송 전 대표만은 아니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최강욱·황운하·윤미향 의원 등이 거의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막상 법정에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다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은 이제는 총선에 출마해 정치적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한다.


지난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런저런 사건에서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며 사법부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법부의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등 공직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고, 설사 당선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내놔야 할 사람들이 주변 강성 지지자들의 맹목적인 성원에 취해 정치 생명을 이어간다면 우리 사회 공직 기강이 바로잡힐 리가 없다. 지금이라도 송 전 대표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겸손한 자세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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