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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스토리]이제라도 공수처가 살아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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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공수처 초라한 성적표
중요사건에 수사력 집중해야
2대 공수처장 적임자 찾아야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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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최근 또 기각됐다. 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다. 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증거 부족’과 ‘사실적·법률적 다툼의 여지’를 지적했다. 수사가 부실했다는 뜻이다. 내년 1월이면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되는데 지금까지 청구한 4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로 위안 삼기 민망한 초라한 성적표다.


수치로 확인되는 부족한 성과보다 안타까운 건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신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공수처가 진행하는 수사에도, 차기 공수처장 인선에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비판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살아있지만 죽은 거나 진배없는 게 지금 공수처의 상황이다.

1기 공수처의 실패 원인을 처장이나 차장, 공수처 검사들의 능력 부족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도로 탄생한 공수처는 시작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야당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수사에 힘을 쏟고, 문 대통령의 대학 동문 이성윤 검사장을 처장 관용차로 ‘황제 에스코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을 견제할 수사기구라는 이유로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처장, 차장, 부장검사까지 판사 출신으로 임명한 것이다. 김 처장은 특검팀에서 잠깐 수사관을 경험했을 뿐 대부분 경력을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지냈다. 흔히 수사를 수술에 비유하는데, 내과 교수에게 메스를 쥐여주고 외과 수술을 하라고 시킨 셈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잦은 인권 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공수처가 출범 초기부터 검찰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펼치며 기운을 소진한 것도 문제였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 권한을 주장하다 1년 만에 포기한 게 대표적 예다.


김 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수처의 예산 부족,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수사도 제대로 못 하는 기관에 왜 예산을 늘려주겠는가.

욕심을 버리고 정말 중요한 소수의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유의하고 또 유의해야 한다. 급하게 만들어진 법의 흠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경과 머리를 맞대야 하고, 여야가 협력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성장한 과정을 참고할 만하다. 헌재 역시 출범 초기 최고 사법기관 자리를 놓고 대법원과 심한 갈등을 겪었지만 굵직한 사건들에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인권 보호 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여당은 ‘공수처 폐지론자’를, 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징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을 각각 추천위원으로 추천했다. 도대체 국민이 안중에 있는 건지 의심이 드는 선택이다.


쉽지 않겠지만 수사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줄 만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기왕에 만들어진 공수처를 폐지할 생각이 아니라면 확 바꿔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쏟아지는 사건에 허덕이고 있고, 검찰의 수사력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약해졌다. 공수처의 내일을 함께 고민할 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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