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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중·러 군사동맹이 체결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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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진행하던 양국의 합작사업은 모두 없던 일로 합시다."


1959년 10월, 당시 중국의 지도자인 마오쩌둥 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양국 협력관계의 파기를 선언했다. 세계사는 물론 훗날 소련의 붕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일명 ‘중·소 결렬’이 시작된 역사적인 장면이다. 이후 1962년 중국과 인도 간 벌어진 국경분쟁에서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인도 편을 들면서 중국과 소련 양국은 완전히 갈라지게 됐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회담을 갖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회담을 갖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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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 전쟁 당시 군사동맹을 체결했던 양국이었지만, 이미 그때부터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1950년 10월 6·25 전쟁에 개입한 중국은 소련의 강력한 군사지원을 바랐지만, 제대로 된 지원은 없었다. 소련은 그나마 대중 원조물자를 비싼 가격에 수출하며 중국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비판까지 나왔었다. 특히 중국은 6·25 전쟁 피해로 대만과의 통일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상당히 큰 불만을 갖게 됐다.


그래도 1953년 스탈린 생전까지는 유지되던 양국의 우호관계는 흐루쇼프가 정권을 잡은 후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흐루쇼프 정권은 중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서 방해했다. 반대로 마오쩌둥 정권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흐루쇼프 정권이 미국에 굴복했다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후 국경지역에서 분쟁까지 벌인 중국과 소련의 동맹관계는 형식적인 관계로 전락했고, 그나마도 1980년 중국이 동맹조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완전히 끊어진다.


이후 소련이 붕괴되고 현재의 러시아 푸틴 정권이 자리 잡은 이후에도 양국의 군사협력은 이어져 왔지만, 동맹체결은 아직도 언급조차 없다. 양국 사이에 풀어야 할 앙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4000㎞가 넘는 양국의 국경문제는 아직도 복잡하다. 외몽골, 연해주 지역을 미수복지구로 생각하는 중국과 이를 매우 경계하는 러시아 사이에 갈등은 수면 아래에 여전히 숨어 있다. 중국과 최근 국경분쟁을 벌이며 난투극까지 발생했던 인도와 러시아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러시아 과학자들을 매수하거나 해커들을 통한 사이버공격으로 러시아의 군사기밀 및 군사기술을 빼가려는 것도 양국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벽 중 하나다. 중국이 1990년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Su-57 전투기를 무단 분해해 자체 전투기 엔진 개발에 나선 이후 러시아는 민감한 군사기술 이전에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중·러 공동군사훈련 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동북아시아 일대에서 3국이 공동 군사훈련을 벌일 수 있는 지역은 동해 일대로 한정되는 데다, 세나라의 무기체계나 부대훈련 방식 등이 전혀 통일돼 있지 않다. 대부분 미국제 무기로 무장하고 정례적으로 공동훈련을 해온 한미, 미일 연합훈련 체계를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미국과 서방과의 대결 국면으로 현재는 한 배에 탔지만, 언제든지 갈라서기도 쉬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관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 두 나라의 메꿔지지 않는 틈이 앞으로 동북아 정세에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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