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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사]루스벨트가 '주가조작 달인' 조지프 케네디를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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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방지 감독기관 SEC 초대의장에 조지프 케네디 임명
루스벨트 "도둑 잡는 일엔 도둑이 제격"

[세계금융사]루스벨트가 '주가조작 달인' 조지프 케네디를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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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주가조작 등으로 돈을 번 야비한 벼락부자로 알려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럼에도 그를 1934년 증권거래위원회(SEC) 초대 의장으로 임명한다. 케네디 임명이 반대에 부딪히자 루스벨트는 ‘주식에 관한 한 케네디가 모르는 수법은 없다. 도둑 잡는 일에는 도둑이 제격’이라고 말하며 임명을 강행한다. 조지프 케네디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루스벨트는 그를 적임자로 선택했을까.


전통적인 명문가 태생인 루스벨트와 달리 그는 보스턴 술집 주인의 아들이자 감자 기근으로 고향을 떠난, 무시당하는 아일랜드 이민자의 손자였다. 케네디는 달리 보면 그 시대 민족적, 계급적 출신의 편견을 뛰어 넘고자 평생 애쓴 사람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그야말로 출세에 매진한다. 케네디는 JP 모건을 롤모델로 삼아 금융업에 종사할 것을 결심한다. 먼저 JP 모건이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를 철저히 공부한다. 첫 직장으로 국영 은행 조사관으로 일한다. 급여는 보잘것없었지만 그곳에서 금융 업계 실무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1913년 그의 아버지가 주주였던 컬럼비아 신탁은행을 인수하려는 라이벌 세력이 등장하자,케네디는 그 은행을 사기로 결심한다. 그는 가족과 부유한 하버드대 졸업생 친구들로부터 4만5000달러를 빌려 회사 주식을 인수한다. 은행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25세의 케네디는 자칭 ‘미국에서 가장 어린 은행 총재’가 됐다. 그렇게 경력을 쌓은 케네디는 1914년 보스턴 시장의 딸 로즈 피츠제럴드와 결혼한다. 케네디는 모건스탠리 등 주식투자회사에 취직하기를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세우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케네디는 좌충우돌 부딪치면서 주식투자로 대략 5억달러를 모았다. 그는 먼저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 회사를 만든다.

그는 주가조작과 공매도의 달인이었다. 매우 비상한 능력으로 주가를 조작하고 법으로 금지하기 전에 빠르게 치고 빠졌다. 그는 직업적 윤리 따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케네디는 의뢰받은 택시회사의 주가조작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너무나 그 기업의 형편을 잘 알기에 그 자신이 다시 공매도를 쳐서 크게 돈을 벌고, 그 회사는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이야기가 됐다. 케네디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에 대부분의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증권거래소의 구두닦이가 케네디에게 주식 투자하는 방법을 묻자, 이를 주식이 지나치게 과대 평가됐다는 신호로 여겼다고 한다. 케네디는 주식시장이 곧 붕괴될 것임을 예상하고 즉시 모든 주식을 매각한다. 시장 하락에 베팅하면서 숏(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그해 10월 주가가 끝없이 하락했을 때 그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의 동료 거물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돈을 퍼붓는 동안 케네디는 가격하락에 베팅하여 주식을 공매도하기 시작했다. 검은 화요일에 다른 모든 사람이 좌절하고 있을 때 케네디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유하게 월스트리트를 떠났다.


그가 새로이 향한 곳은 할리우드였다. 1926년에서 1930년 사이에 케네디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화 산업에 대한 케네디의 관심은 오로지 돈이었다. 실패한 스튜디오를 인수한 후 저예산 영화를 대량 생산하는 영화 회사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인다. 그다음 다시 매각해 투자금을 넘치게 회수했다. 1931년 할리우드를 떠날 때까지 케네디는 약 500만달러를 벌었다.


금주법의 종식을 예상하면서 케네디는 합법적인 주류수입상을 시작한다. 드라이 진, 스카치 등의 독점 미국 대리점이 됐다. 케네디는 주류상을 통해 번 돈을 시카고나 플로리다의 부동산에 투자했다. 그가 불법 주류를 유통하는 ‘밀매업자’라는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다. 케네디의 전기 작가는 "케네디에게서 온갖 더러운 것을 발견했지만 밀매업자는 아니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아버지가 밀주업자 시절 지하 세계에서 적을 만들었고, 그래서 마피아가 JFK를 암살했다는 이야기는 1970년대까지 없었다. 이런 소문은 주로 리처드 닉슨이 1960년 JFK에 대항해 출마했을 때 공화당에 고용된 팀들이 퍼뜨린 소문이다

1932년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수십 년 동안 만연한 주식시장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감독기관인 SEC를 설립했다. 초대 의장에 시장 조작의 대가인 케네디를 임명했으니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주식시장의 모든 일을 알고 있는, 도둑질을 해본 케네디를 영입했다고 받아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주가를 조작해본 사람보다 더 SEC를 더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케네디는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알리고자 임명을 수락했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SEC의 임무를 믿었다는 것이다. 케네디는 그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실주의자인 케네디는 위원회에 한계가 있고 현실적으로 법원처럼 검사와 재판관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알았다. 본능적으로 공개 규제의 가치를 이해했다. 케네디의 비전은 간단한 목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전에 시장 조작자였던 케네디는 자신이 재산을 모으기 위해 사용했던 많은 방법을 효과적으로 단속했다. 케네디는 위원장일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투자자로서 "다시는 월스트리트에 의해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증했다. SEC가 설립될 때만 해도 주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이미 침체된 시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예상됐다. SEC는 여론의 법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케네디는 거래소 관계자, 회계사 및 중개인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자가 만든 정부 기관이라는 것을 믿게 했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후 케네디는 의장직을 사임했다. 케네디 인생에 가장 빛났던 시간은 아마도 SEC의 초대 의장으로 활약한 431일일 것이다. 그다음 공직은 영국 주재 미국 대사였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핍박받던 그가 영국 대사로 임명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었지만 곧 윈스턴 처칠과의 불화로 1940년 11월 해임됐다.


그의 아들 존 F. 케네디는 1961년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1963년 11월 암살됐다. 1969년 아버지 케네디가 사망했을 때 그의 재산은 4억달러였다. 그의 재산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들과 달리 석유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은퇴 후 동산 투자로 1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또 다른 1억달러는 면세 증권에 있었다. 케네디가 돈이 묶인 유일한 기업은 가족 그 자체였다.


백영란 역사저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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