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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직 외교관의 실체… "40년간 쿠바 스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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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마누엘 로차, 국무부서 20년 넘게 근무한 전직 외교관

쿠바 정부 비밀 요원으로 활동한 미국 전직 외교관의 스파이 행위가 마침내 발각됐다. 그는 국무부에 입부한 첫해부터 퇴직 후까지 약 40년간 쿠바의 정보기관 총첩보국(DGI·Direcci?n de Inteligencia)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미국 법무부는 4일(현지시간)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를 간첩 혐의 등으로 연방 검찰이 기소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약 40년 간 쿠바의 스파이 노릇을 한 혐의로 4일(현지 시각) 체포 기소된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 [사진출처=/AP 연합뉴스]

약 40년 간 쿠바의 스파이 노릇을 한 혐의로 4일(현지 시각) 체포 기소된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 [사진출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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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차 전 대사는 비공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국가안보회의(NCS) 국장급 직책까지 수행했다.


1950년 볼리비아에서 태어난 로차 전 대사는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해 뉴욕에서 자랐다. 197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예일, 하버드, 조지타운 등 명문대 학위를 바탕으로 1981년 미국 국무부에 들어갔다. 1995년부터 2년간은 쿠바 아바나의 미 대표부 차석을 지내기도 했다.


1981년 11월부터 2002년 8월까지 국무부에서 일한 그는 주볼리비아 미국대사를 지낸 후 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남부사령부를 위해 자문역으로 일했다.

연방검찰은 공소장에서 로차 전 대사가 국무부 발령 첫해부터 최근까지 쿠바 정보기관 총첩보국(DGI)을 위해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국 요원이 미국 정부의 가장 고위직까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침투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로차 전 대사는 미 정부에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해외에서 쿠바 측 요원들과 만난 혐의도 받는다.


빅터 마누엘 로차 전 대사의 부인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을 떠나는 모습. [사진출처=AFP/연합뉴스]

빅터 마누엘 로차 전 대사의 부인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을 떠나는 모습. [사진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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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따르면, 로차 전 대사는 쿠바 정보기관의 요원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지난해와 올해 반복적으로 자신이 40여년에 걸쳐 쿠바를 위해 일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2월 쿠바 첩보요원을 가장한 FBI 비밀수사관이 로차를 만나 국무부에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묻자 그는 “매우 섬세한 과정이었다”며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고, 본부도 함께했다. 긴 과정이었고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무부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쿠바 총첩보국에 포섭돼 있었다는 뜻이다.


FBI 비밀수사관은 자신을 쿠바 총첩보국의 마이애미 담당 요원이라고 소개했다. 점점 더 상대를 믿게 된 로차는 “돈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누가 날 볼 가능성이 없다”며 한 푸드코트로 그를 데려갔다.


로차 전 대사는 “칠레에서부터 (쿠바를) 도왔다”는 말을 듣고 FBI 수사관을 믿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무부 근무 기간 그는 여러 중남미 국가에서 근무했지만, 칠레에서는 근무하지 않았다. 그는 이 대화에서 미국을 적으로 지칭했으며 쿠바 정보기관에 있는 지인들을 동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국무부 외교보안수사국은 지난 1일 로차를 만나 임의 신문했다. 로차는 쿠바 총첩보국 요원을 만났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그 요원으로 가장했던 FBI 비밀수사관의 사진을 보여줘도 만난 사실을 거듭 부정했다. 로차와 FBI 비밀수사관이 마주 앉아 있는 사진을 제시하자, 그는 “이런 사람이 접근해 왔지만 한 번뿐이었다”고 했다. 이후 FBI는 끝까지 거짓말을 거듭하는 로차가 여전히 쿠바 스파이라고 규정하고, 그를 체포해 기소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국 외교관이 적대적인 외국 세력인 쿠바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쿠바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구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시도로 촉발한 미사일 위기 이후 오늘날까지 미국의 금수조치와 봉쇄, 고립을 겪고 있다. 오바마 정부 당시 잠시 '해빙'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제재는 더욱 심화했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2일 유엔이 식량부족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총회를 열어 쿠바를 상대로 한 미국의 경제봉쇄를 규탄하고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87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만 이에 반대를 표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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