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10년 동안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 과도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켰던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도산 위기까지 내몰리자 M&A 시장에 매물로 대거 풀리고 있다고 전했다. 초저금리 시대 풍부한 유동성으로 사세를 확장한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커지면서 이른바 ‘폭식의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동성이 넘쳤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앞다퉈 레버리지에 나선 회사채 중 오는 2026년 만기가 돌아오는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 규모는 약 700억달러(약 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 정크본드는 신용경색으로 재융자 자체가 어려운데다, 재융자 비용도 2021년 대비 현재 4배 이상 올랐다.
최근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인 카지노그룹은 재생에너지 사업인 그린옐로우와 브라질 마트 체인 아시아 등 자회사 두 곳의 지분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 정크 등급으로 강등된 스웨덴 부동산 기업 SBB도 재무 건전성 악화로 자산 매각을 계획 중이다.
법무법인 화이트앤드케이스의 사모펀드 부문 글로벌 공동대표인 티에리 보슬리는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만기 연장·상환유예 등) 자금조달 사정이 팬데믹 시기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M&A 시장이 올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1조4000억달러(약 1803조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거래 규모가 약 30%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초호황을 누렸던 기술 분야에서의 M&A는 전년 동기 대비 78%나 급감했다. 다만 에너지·의료·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M&A 거래가 반등하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은행의 글로벌 M&A 공동 책임자인 케빈 브루너는 "M&A 시장이 바닥을 지났다는 근거가 확인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M&A 거래 규모가 상반기 바닥을 치고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같은 이유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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