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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생활]해외서 만난 男과 밀회 즐긴 아내…니코틴 사망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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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생활]해외서 만난 男과 밀회 즐긴 아내…니코틴 사망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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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어느 봄날의 금요일 저녁, 상조회사에 전화가 걸려 왔다. 여자는 차분하게 말했다. "남편이 사망했어요. 어떻게 장례 절차를 치러야 할까요?" 장례지도사가 도착해 보니 사망한 남편은 집에 누워 있었다. 119 구급대원이나 경찰은 없었다. 장례지도사가 112에 먼저 신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자는 그제야 신고했고, 경찰관과 과학수사요원이 도착했다. 남편은 건강을 위해 담배도 피지 않는 사람이었다. 외상 흔적은 없었다. 여자는 남편의 시신을 훼손하고 싶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며 부검을 거부했지만, 경찰은 이런 경우 반드시 부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내는 마지못해 부검에 응했다. 부검의는 남편 심장동맥(관상동맥이라고도 한다)이 동맥경화로 75% 정도 막혀있다면서 독극물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심장동맥이 막혀 사망한 허혈성 심장질환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되었고 아내는 특별한 장례 절차 없이 남편의 시신을 화장하고 나흘 후에는 사망 신고까지 했다.


여자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편을 소개받아 동거를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의 돈으로 첫째 딸은 어학연수를 보내고 장애가 있는 둘째 딸은 재활치료를 시켰다. 남편은 친자식도 아닌 두 딸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첫째 딸이 해외 연수를 간 겨울, 아내는 남편을 졸라 혼자 외국 여행을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의 남자를 만났다. 아내는 귀국 후 주말 부부인 점을 이용해 남자와 밀회를 즐겼다.

부검 15일 후 나온 사망원인은 니코틴 중독이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아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남편이 죽은 후 곧바로 상조회사에 전화를 건 누가 봐도 이상했다. 재빠르게 이뤄진 상속, 보험금 및 퇴직금의 수령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경찰은 아내의 내연남이 누구인지 주변 수사를 통해 밝혀냈다. 사망 2개월 전에 남편과 혼인신고를 할 때 증인으로 서명한 사람이 내연남이라는 사실과 그 내연남이 남편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쯤 해외에서 니코틴 액체를 구입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부검감정서만을 기다리고 있던 경찰은 아내와 내연남을 체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니코틴으로 인한 살인사건 기소는 처음이었다. 남편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의 농도는 약 2mg/L 정도였다. 남편에게는 니코틴 이외에 수면제인 졸피뎀도 검출되었다. 성인 남성도 곯아떨어져 상당 시간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농도다. 법정에서 변호사는 남편의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가 치사농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니코틴은 혈액에서 0.2 mg/L가 넘게 되면 구토 등의 독성 증상이 나타나지만, 교과서에서는 치사농도는 3mg/L 이상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니코틴으로 인한 사망은 외국에서도 매우 드물다. 국제논문을 모두 살핀 결과 혈중 니코틴 농도가 1.4 mg/L에서도 사망 사례가 있었다. 남편의 경우에는 최근 보고된 사례를 종합건대 충분한 치사 농도로 판단할 수 있었고, 동물실험위원회의 허락을 받아 동물실험까지 진행하여 이를 증명하고 법정에서 인용되었다. 남편의 혈액에서 졸피뎀의 농도는 깊은 수면을 유도할 정도의 농도로 의사가 평상시 처방되는 약물로 인한 혈액의 농도보다 높았다. 졸피뎀이 과량으로 섭취되어 독성 농도를 초과한 후 즉 수면 상태가 심대할 때 니코틴이 투여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1심과 2심 법원은 아내와 내연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마침내 정의가 실현되었다.

유성호 법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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