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한국 화물서 펜타닐 물질 나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서 언급
‘한국 펜타닐 물질’ 언급한 건 전례 없는 일

멕시코 대통령이 한국에서 들어온 화물에서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물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외국 정상이 ‘한국의 펜타닐 물질’이라고 적시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진위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펜타닐의 유입을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과 협정을 맺으려 한다”며 “한국과도 같은 취지의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스페인 발렌시아를 경유한 선박 내 화물에서 새로 펜타닐 물질이 발견됐다”며 이를 ‘한국 펜타닐’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선박의 첫 출항지가 한국이라는 뜻인지, 한국에서 문제의 화물이 선적됐다는 뜻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또는 타국에서 선적된 해당 화물이 한국을 단순 경유해 멕시코에 도착했다는 건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부연 설명은 없었다. 혹은 단순히 다른 나라와 한국을 착각한 말실수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형태의 화물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펜타닐 물질을 확인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그간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 '중국발 화물을 통한 펜타닐 물질 유입'에 대해 여러 경로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있지만, 외국 정상이 '한국의 펜타닐 물질'이라는 식으로 적시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미지 출처=EPA 연합뉴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물질이 있는 중국 화물이 우리 항구에 도착했다”며 “중국에서 멕시코로 펜타닐이 들어왔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라파엘 오헤다 해군 제독은 ‘연료 수지’라고 명시된 덩어리(패키지) 형태의 화물 600개에서 펜타닐 성분을 검출했다고 설명했다. 각 덩어리 무게는 34∼35㎏으로 측정됐다.

해당 화물을 실은 선박은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해 한국 부산을 거친 것으로 보고됐으며, 멕시코 중부 미초아칸주 라사로카르데나스 항에 정박했다.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7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라사로카르데나스 항은 콜리마주 만사니요 항과 함께 멕시코의 대표적인 대형 항만으로 꼽힌다.

당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해당 화물은 한국에서 취급하지 않았다”며 중국에서 펜타닐을 선적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국가들과 화물 출구(항구)부터 막는 협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 중 협력의 대상으로 한국을 꼭 집어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펜타닐 원료 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아시아 국가와 손잡을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법무부에서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을 거친 중국발 화물에서 펜타닐 원료 물질이 나온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닌, 한국을 펜타닐 물질과 연계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 진위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펜타닐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중에서도 환각성과 중독성이 매우 강해 소위 ‘좀비 마약’ 등으로 불린다. 환각성이 모르핀의 100배 이상이고, 불법 펜타닐 중독은 현재 미국 청장년층(18∼49세) 사망 원인 1위다. 원래 말기 암 환자 등에게 처방하는 의약품이지만 중국이 원료인 전구체 화학물질을 공급하고, 멕시코가 제조해 미국에 불법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