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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최상위 포식자 '고양이'…주민 "섬밖으로 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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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희귀 조류 위협
반출 문제로 논의 끝에 문화재청도 나서
주민 “고양이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조건”

한반도 최남단이자 천연보호구역인 제주 마라도에서 생태계를 위협하던 길고양이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라도 주민들이 조류 보호를 위해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라리 이장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마을 개발위원회(주민자치위원회)는 11일 회의에서 희귀 조류 보호를 위한 길고양이 반출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현재 휴교 상태인 마라분교에 고양이 보호 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마을 상황 등을 감안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출처=제주 세계유산본부]

마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출처=제주 세계유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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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조류나 고양이 어느 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양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고양이는 주민들이 먹이를 주며 돌봐온 소중한 생명체”라며 “보호 시설이 먼저 확보된 다음 섬 밖으로 내보내야 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라도에는 현재 50~60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주민들이 쥐 포획 혹은 반려동물로 들여온 고양이가 야생화된 것인데, 이들은 현재 마라도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문제는 고양이들이 마라도를 오가는 철새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가 길고양이의 주된 사냥감이다. 2018~2019년 조사 당시 뿔쇠오리 개체 수 가운데 5% 이상이 고양이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길고양이는 뿔쇠오리뿐 아니라 150종이 넘는 철새들의 위협적 존재”라며 “고양이를 마라도에서 반출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대처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자 제주의 동물·생명권 단체 ‘제주비건’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주비건 측은 “현재 마라도의 고양이는 2019년부터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성화도 90% 이상”이라며 “고양이를 육지로 방출하는 게 아니라 폐교, 마당이 넓은 주택 등을 이용해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라도에서 길고양이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뿔쇠오리 [사진출처=국립공원관리공단]

마라도에서 길고양이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뿔쇠오리 [사진출처=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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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결국 문화재청이 나섰다. 현재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제42조를 근거로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긴급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현행법에는 ‘천연기념물 및 천연보호구역 등을 포함한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관리자 또는 관리단체에 긴급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제주 세계유산본부, 서귀포시,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 각계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출범, 문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천연보호구역 내 생태계에서 생물로 인한 피해 현황과 대처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도 시작한 상황이다.


한편 마라리 위원회 측은 “각 소관 부처와 지자체는 뿔쇠오리 등 조류와 고양이 문제 외에도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의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주민들을 위해 쥐, 바퀴벌레 등 유해 생물 방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관련 예산도 책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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