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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하우스 좌담]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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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금융회사, CEO 자리는 무소불위 권력
이사회 우군 채워 '참호' 판 뒤 셀프 3~4연임 일쑤
적격성 심사 강화하고 패거리 문화 뿌리 뽑아야
정권 바뀔 때면 단골 등장 낙하산 관치도 볼썽사나워
관복 벗고 돌아와 민간인 행세, 관군은 관군일뿐

편집자주
본지 경제·금융 싱크탱크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를 주제로 심층 토론을 가졌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배현기 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가나다순) 이 참석해 “금융 지주사 CEO들이 우군들로 이사회를 채운 뒤 셀프 연임하는 건 문제"라며 "그게 밉다고 정권 바뀔 때마다 CEO를 쫒아내고 낙하산을 내려 꽂는 관치도 볼쌍 사납기는 마찬가지 "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논란을 종식하려면 지배구조의 선진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와 문화, 권력의 절제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는 진단이 많았다.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을 줄이고 책임을 지우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는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되 각 발언자의 발언은 익명 처리하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른다. 다음은 토론 전문.
[채텀하우스 좌담]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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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이정재 아시아경제 경제미디어스쿨 원장 겸 논설고문


<사회> 새벽부터 어려운 걸음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나눌 이야기는 항간의 관심사인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 입니다. 사실 보도하는 입장에서 보면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원래는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져 기획한 토론회인데, 지금은 오히려 관치(官治)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균형점을 잘 찾아 말씀해 주십시오. 모두 전문가이시고, 직접 겪으신 일인 만큼 생생한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재 아시아경제 경제미디어스쿨 원장겸 논설 고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배현기 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재 아시아경제 경제미디어스쿨 원장겸 논설 고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배현기 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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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주 회장, 셀프 연임 막으려면 내편 이사회라는 '참호'부터 없애야

<토론자A> 금융지주회사 CEO 문제의 발단은 NH농협금융지주부터였습니다.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이 됐습니다. 그 다음은 신한금융지주입니다. 변양호 전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조용병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하고 용퇴하는데 이사회에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홧김에 사외이사직을 조기에 사퇴했습니다. 기자가 "당국의 입김이 있었느냐'"고 물었는데 거기에 대해선 답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우리금융지주에서도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행정소송을 검토를 놓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손태승 회장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가 손 회장이 결국 지난달 18일 용퇴를 했습니다.

최근 아시아경제가 재미있는 기사를 썼습니다.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CEO의 70%가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 오는 3월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75%가 교체된다고 합니다. 언론의 표현을 빌자면 "금융지주 CEO들이 구축한 참호(塹壕)가 완전히 뒤집어진다"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 후 우리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우리가 은행 민영화 등을 통해 해왔던 '지배구조 정착'이란 것이, 결국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금융은 "외압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기가 셀프로 (외압을) 사칭한 것인지, (우리금융) 스스로가 개혁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인지 미스터리가 남습니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핵심은, 왜 아직도 이런 관치 의혹이, 구시대적인 의혹이 제기되느냐 하는 겁니다.


금융기관이 가진 외부효과의 성격 때문에, 정부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정상적인 감독 기능 수행과 부당한 인사개입 간의 구별이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이 문제가 일어나는 게 언제나 정권교체 직후입니다. 그 다음엔 싹 사라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금융가엔 유명한 금언이 하나 있어요. '절대로, 절대로 관군(官軍)과 싸우지 마라'는 겁니다. 영국의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에도 비슷한 말이 있어요. 이건 세계가 공통인 것 같다. 하지만 왜 영국에서는 관치 논란이 없고 우리에겐 있나.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CEO나 이사회 구성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적격성 심사(fit-and-proper test)'라는 룰이 있습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경우 각 금융기관이 적격성 심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그 사전 프로세스 마저 보고하게 돼 있어요. 김 아무개를 (CEO 등으로) 뽑았다고 하면, 그를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뽑았는지까지 보고해야 합니다.


관군하고 싸우지 말라. 그런데 우리금융의 경우처럼 관군이 관복을 벗고 민간인이라고 들어오면 어떻게 봐야합니까. 관복 벗었다고 민간인인가. 관복을 벗고 돌아와도 관군은 관군입니다. 이런 부당한 인사 개입 문제가 많이 불거지는 이유가, 하수라서 그렇습니다. 진짜 고수는 때려도 상처가 나지 않게 때린다. 관치도 마찬가지. 고수의 관치가 필요합니다. 진짜 고수의 관치는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보기에 문제의 핵심은 후진적인 감독제도다. 적격성 심사 제도를 정착시키면, 어설픈 관치는 흔적이 남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중점 보고했는데 대통령이 "오케이(OK),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했으니 이제 관치도 흔적이 남게 됐다. 잘 된 일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남아요. 우리는 왜 여태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안 했을까? 우리 금융당국이 과연 무식해서? 몰라서? 제 생각엔 애매하고 흐리멍텅한 감독규정이 감독 당국에 편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감독규정 상 금융기관이 (CEO 등을) 뽑고나면 즉시 보고를 하게 돼 있어요. 뽑는 데는 개입할 이유가 없다. 그래놓고 뽑고 나면 문제를 삼는다. 맘에 안 드는 인사를 선임하면 책임을 묻겠다느니, 잘못 뽑았다느니 '관치'의 칼을 들이대는 거지요. 반면 영국은 모든 적격성 심사 과정이 '사전(事前)' 입니다. (CEO 등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끝나야 이사회가 추천을 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출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관치만 문제냐. 셀프 연임도 큰 문제입니다. CEO가 자신과 가까운 세력으로 참호를 구축해서 툭하면 3연임, 심지어는 4연임을 하기도 합니다. 감독규정을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감독규정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월가(街)에서도 논란이 됐던 게 이사회가 '로타리 클럽'이 됐다는 거다. 사교클럽이 됐다는 말이다. 금융지주회사는 다른 데보다 이사회 활동이 굉장히 많습니다. 모이는 횟수도 많다. 이사회 활동이 왕성할 수록 CEO를 보호하는 참호는 더욱 단단하게 구축된다. 이걸 금융당국이 주목해야 한다.


왜 그런가.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깨졌기 때문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은 사외이사가 지켜야할 기본적인 금기와 정도(正道)예요.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사외이사가 되면 후한 월급에 차도 줍니다. 대접이 극진해요. CEO와 잘 어울릴수록 '팔길이 원칙'은 더 지키기 어려워 지는 겁니다.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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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외이사를 하면서 반대 한 번 했었는데,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일민족의 영향인지 반대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더군요. 이사회에서 누가 반대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를 굉장히 싫어 합니다. '자주 보는 사람인데 왜 그러느냐', '당신 왜 그러느냐'이럽니다. 왕따를 견디기 싫으면, 타협하게 되죠. '어차피 내가 반대해도 소용없을텐데'라며 포기하게 됩니다.


앞서 적격성 심사가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이런 '팔 길이 원칙' 이 정착되지 않는 한 금융사 이사회는 CEO의 참모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팔 길이 원칙'은 체(體)가 아닌 용(用)의 문제입니다. 시스템이 아니라 행태와 문화의 문제예요. 저는 우리 금융지주회사 이사회가 CEO의 3연임, 4연임을 용인하는 것은 용의 문제, 관계의 문제라고 봅니다. 팔 길이 원칙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는 CEO의 참호 역할에 그치기 십상이지요.


아니면 소위 패거리화 돼 편을 갈라 죽기 살기로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과거 모 은행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모두가 하나의 패거리로 로타리 클럽이 되거나, 아니면 둘로 갈라져서 패거리 싸움을 하거나죠. 이런 건 결국 이사들의 프로의식이나 문화의 문제지, 감독 규정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필요한 것은 적격성 심사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적격성 심사가 정착되면 아마 관치도 굉장히 어려워질 겁니다. 사전적 선임 절차가 투명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사회가 로타리 클럽화 되거나 패거리화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감독 당국이 '이 은행은 패거리 문제가 있다'고 들여다봐야 합니다. 선임 과정뿐 아니라 이사회가 잘 굴러가는 지 제대로 감독할 필요가 있는거죠. 그러면서 팔 길이 원칙이 정착되도록 이사회에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저는 이게 답이라고 봅니다.


겉으론 "절대 관여 않는다"는 금감원, 뒤로는 "그 사람 말고 이 사람 데려가라"

<토론자B> 저는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은행에서 금융감독원 출신 상임감사를 영입하려고 하면, 금감원에선 공식적으로는 "우리는 (인사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데려가려고 하면 "아, 그 사람은 조금 그런데요"라고 그런다.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놓고요. 소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있는 거에요. "임원급 한 사람을 데려오면 어떤가"라고 하면 "(그 사람 말고)이 사람을 데려가라"고 합니다. 금감원 내에도 나가야 할 사람이 줄을 서 있으니까요. 대통령이나 정부는 민간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합니다. 금감원도 겉으로는 관여하지 않는 척 합니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개인적 친분 관계를 이용해 연락이 옵니다. "그 사람 보다는 이 사람이 낫지 않느냐"고 양해를 구하는 식이죠. 지금도 뒤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사실 은행에서는 상임감사로 금감원 임원급 보다는 국장급을 선호합니다. 임원급은 자리에 앉아서 전화로 (전) 부하들에게 민원을 하니 당국에선 '지시한다'며 싫어합니다. 반면 국장급들은 반(半) 출근하다시피 부지런히 사람을 찾아 (현장의 의견을) 이해를 시키지요. 형님ㆍ동생 해가면서요. 은행에서보면 사실 2급 국장이 훨씬 낫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까 변양호 전 신한금융 사외이사의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변 전 이사가 쓴 소리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토론자A> (그 분이) 관군 출신이라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


<토론자B> 저는 (변 전 이사가) 매우 잘했다고 생각해요.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유상증자를 할 때도 혼자 반대했어요. 심지어 대통령실 재정경제비서관을 지낸 이윤재 사외이사(이사회 의장)도 반대를 안했다고 하더라고. 유상증자를 하려면 기존 주주들에게 참여 여부를 묻고, 안한다면 제3자배정을 하는 거 아니예요? 그런데 그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한지주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거 아니예요? 게다가 우호 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에서 두 사람을 더 불러서 사외이사를 늘렸잖아요. CEO가 자기보호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것 아닙니까.


저는 김병주 전 서강대 교수를 사외이사의 모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분은 아무리 전날 술을 먹고 해도, 회의석상에 앉으면 여지가 없습니다. (바른 말을) 질러댑니다. 사실 진짜 사외이사를 하려는 사람은 없고 교수가 직업인지, 사외이사가 직업인건지 잘 모르겠어요. 사외이사의 임기도 손을 봐야 합니다. 지금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플러스 1, 1, 1, 1년이잖아요. 그 추가 1년 때문에 계속 CEO의 눈치만 봐요. 2플러스 2로 하든지, 2플러스 1로 하든지 사외이사의 임기도 딱 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CEO 눈치를 안 봅니다. 제가 K재단 이사장 시절 이사회 임기를 2년, 한번 더 하면 2년, 총 4년으로 했습니다. 이사장도 단임으로 바꿨습니다. 아예 정관을 바꿔버렸죠. 그랬더니 내가 사유화한다느니, 별 소리가 다 나오더군요.


금융지주 회장도 최근까지 3년+ 3년에 +3년해서, 3연임하면 총 9년이 되는 식으로 했습니다. 반면 자회사 사장이나 은행장 임기는 2년+1년 식이에요. 아주 못되먹은 것입니다. 자기들은 조직을 장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 하는데,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토론자B> 똑같이 상법대로 하면 된다고 봐요. 사외이사 임기가 너무 길어요. 솔직히 교수들이 모두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외이사를 그만두면서 후배를 이사회에 데려다 놓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우리은행은 과점주주 체제 잖아요. 처음에 만들때는 이상적인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과점주주가 사외이사 한 사람씩 내세우면 얼마나 좋겠느냐 했어요. 그런데 해놓고 보니까 과점주주들이 다 금융회사를 하나씩 갖고 있더라구요.


그러다보니 금감원에 감히 얘기도 못하는 겁니다. 게다가 과점주주들이 은행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림은 굉장히 좋은 그림인데 실질적으로 효과는 좋지 않더라고요. 지배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뭐가 정답이냐? 잘 모르겠지만 사외이사라는 사람이 자기가 속하게 해준 데 너무 치우쳐선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안 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요.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 '관치냐 셀프냐, 금융지주 요지경 지배구조'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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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언급 '스튜어드 십 코드' 취지 좋지만, 금융사 "의결권 기구에 로비하면 돼"

<토론자C>발제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핵심이 그림자 관리라는 말씀이신 듯 합니다. 지배구조 관련한 것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그림자 규제가 문제다.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랄까, 사실 시스템으로 치(治) 하면 관치라고 안 하는 거고, 관치가 문제가 되는건 그림자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행사를 했는데 누군지 몰라요, 설만 무성하고요. 했다는 사람도, 안했다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는 거지요. 적격성 심사도 그런 부담 때문에 안했던건데, 이게 이슈로 본격 제기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어요. 적격성 심사는 선진국도 후진국도 다 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하나금융 인도네시아 법인에 대표 보내면 6개월 대기하면서 심지어 (그곳 감독당국에서) 시험도 봅니다. 떨어져서 다시 오는 경우도 있어요. 홍콩, 미국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토론자A> 저도 인도네시아 가서 사외이사를 했는데, 감독당국 면접을 봤어요.


<토론자C> 영국도 사전 인터뷰를 다 합니다. 인터뷰 대상에는 CEO, 주요 임원,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모두 포함되고요. 영국은 전혀 문제가 안 되고 있습니다. 적격성 심사가 잘 작동하고 있지요. 선임될 때만이 아니라 수시로 감독하고 인터뷰합니다. 사실 이를 시스템으로 운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금융회사든 지주회사든 어떤 형태든 항상 사회와 조직에는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작동해야 합니다. CEO가 경영 전권 갖는 것은 맞지만, 그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니까 여러 견제장치가 작동 하도록 하는 게 바로 시스템입니다. 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제정할 때 반대했습니다. 법으로 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지배구조법이 만들어진 이후 재밌는 것은 이게 '면피'가 되더라는 것입니다. 법이 상당히 느슨하게 돼 있고, 적극적인 요건은 없고 소극적 요건만 있으니 법규를 따르기만 하면 그만인거죠. 법규 상 사외이사 임기 규정, 외부평가 등을 그대로 준수하는 건데, 어렵지도 않고 형식적인 것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금융지주사가 지배구조 보고서를 내는데, 모두 다 100점입니다. 셀프 연임이든, 그림자 관치든 다 법으로는 무사통과입니다. 법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퇴행하는 역효과를 낸 것입니다. 법을 지키긴 지키는 데 법의 취지는 되레 작동 안한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느냐 입니다. 제도를 만들때 이게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 혹은 악용 될 것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제도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1차 내부에서 잘하고, 2차 감독당국이 잘 들여다보고, 3차 시장에서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주가도 그걸로 해서 반영해야 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곳, 감독 당국만으로는 안 되는 겁니다.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거론했습니다. 저도 제도 도입할 때는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이건 잘 될까요? 사실 신한금융도, 하나금융도, KB금융도 외국인 주주 비중이 70%를 넘습니다만, 이들은 국내 거버넌스에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위원회가 있는데, 이들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지 불명확 합니다. (정부의)오더를 받아 반대하는 경우,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으면 "저 안건을 왜 찬성(반대)했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런만큼 의결권 자문기구의 역할이 중요한데 자문기구 자체가 몇 개 안됩니다. 외국인 주주들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국내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등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의결권 자문기구에 로비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은행의 이익이나 인사 같이 민감한 안건은 엄청 로비를 합니다. 이들을 우호적으로 바꾸는 겁니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턱이 없지요. 의결권 기구는 인원이 얼마 안 돼 담당자가 뻔합니다. (국내 기업 전체를 1~2명이 담당하기도 한다) 설명한다고 해놓고 사실은 로비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민감한 사안이 무리없이 통과되거나 연임에 성공하게 됩니다. '관계는 관계고 일은 일' 인데 로비때는 모든 관계를 동원하잖아요.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을 동원해서. 이런 구조라 견제와 균형이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외이사 대부분 관 출신 아니면 교수, 기업인 등 다양성 높여야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면, 저도 금융지주에 있으면서 해외 케이스와 비교 많이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우리는 사외이사의 다수가 관이나 교수 출신이라는 것 입니다. 다른 나라는 기업인들도 사외이사로 많이 들어가지만, 우리는 이해관계 규정에 걸려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나치게 사외이사의 풀이 제한되는 겁니다. 그러니 다양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적절히 견제 역할을 해야하는 사외이사라는 장치가 잘 작동하지 않는 거지요.


저는 실무자 시절 신한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좋은 케이스라고 봤어요. 분산돼있지만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재일 동포 주주가 존재하고, 그들이 사외이사도 선임하고, 또 후계구도 명확해 보였습니다. 딱 보면 다음에 누가 할지 보이고 지배구조도 안정돼 있고. 그래서 소위 '신한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우리 지주사도 신한처럼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신한 안에서도 다른 일들이 일어나더라고요. 반대로 사외이사의 힘이 막강했던 KB금융지주의 케이스도 있습니다. KB는 사외이사가 너무 막강해 CEO의 거버넌스가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관 출신이 계속 내려오기도 했고요.


이런 다양한 케이스를 보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쉽지 않다는 데 정답이 숨어있습니다. 회사마다 거버넌스가 다른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는 내부, 어디는 외부 출신 CEO가 맞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5개 금융지주의 거버넌스가 다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주요 주주가 있거나 분산됐거나에 따라 지배구조를 달리하고 시장과 당국과 소통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KB금융 사외이사추천때 정부 입김 "나는 말만 위원장, 간여 못한다"

<토론자D>앞서 말씀하셨듯 지난해까지만 해도 셀프 연임이 이슈였는데,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관치가 이슈가 됐습니다.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이야기는 범위가 크니, CEO 선임과 관련한 지배구조로 이야기를 좁혀 보겠습니다. 은행이든 지주든 금융회사 CEO의 선임 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2000년대 전까지는 정부가 봉투에 이름을 써서 '신한은행장 누구' 이렇게 해왔죠. 그 폐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 자율화를 해야한다, 그랬죠. 1970년대 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개혁 플랜이 나와서 민영화도, 행장 선임 자율화도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1980년대 3저 호황오고 이러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됐지요. 1980년대 말 제가 해외에서 공부 마치고 와서 금융연구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3저 호황으로 대미 무역 흑자가 확대되자 미국이 우리 금융시장을 일부 개방하고 자율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블루프린트'라는 금융개혁 전반을 담은 개혁안을 만들어 미국의 검증을 받았어요. 그때 블루프린트의 핵심은 CEO 선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였습니다. 'CEO 선임을 자율화 해야 한다'는 정도만 있지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지요.


그러다가 외환위기 직전, 금융개혁 논의가 불 붙으면서 은행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당시엔 사외이사는 아니고 '비상임이사'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1995~1997년께 제가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을 했는데, 외환위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가 중점 부각됐죠.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 전반의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제기 된 것이 지배구조 개선인 겁니다. 그때 태스크포스(TF)도 만들어졌고요. 2000년 이후엔 본격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정착하게 됐죠. CEO도 (이사회를 통해) 뽑게 됐고요. 지금 운영하고 있는 제도의 근간이 2000년대 등장해 지금까지 20여년간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그럼 그게 잘 됐나요? 잘 안됐죠. 그래서 정부가 계속 제도를 바꾸고 있지만 결과는 별로예요. 은행마다 (선진화) 정도의 차이도 있고요. 이사회가 너무 세서 문제가 된다는 얘기도 했지만, 사실 KB금융 처럼만 해도 괜찮지요. 이사회가 너무 셌다면 (우리금융 같은) 문제가 안 생겼을 겁니다. 정부가 쥐고 흔들거나, 내부에서 행장이 흔들거나, 사유화를 위한 도구로 이사회를 이용한 겁니다. 지배구조 제도의 근간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입니다.


저는 그래서 사외이사를 어떻게 뽑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정부도 (사외이사직을) 나눠주는 '떡'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걸 임명직으로 생각하고 '너는 이리로 가, 너는 저기로 가' 하면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가면 행장 눈치를 보거나 (사외이사를) 시켜주는 정부 눈치를 보게 됩니다.


CEO 선임 방법 중 사외이사를 통한 선출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운용인데, 그럼 어떻게 운용하느냐. 핵심은 독립성입니다. 사외이사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양심에 입각해 (CEO를) 뽑으면 되는데 그걸 안 하는 거거든요. 신한사태 때 저도 당시 이사회 멤버였는데, 이사회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사회가 틀어쥐고 사태를 수습하면 되는데, 이사회 모두 누군가의 눈치를 봤어요. 신한마저 이럴 정도니 다른 금융회사는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금융지주 CEO 선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건 이사회의 독립성입니다.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그럼 CEO의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하나. '관여'를 못하게 하면 됩니다. KB금융은 실질적으로 독립성이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KB금융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적이 있습니다.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조차도 제가 최종적으로 알려줄때까지 누가 후보로 올라있는지도 몰랐어요. KB금융은 매년 금융분야, 회계분야, 소비자보호분야 등 7개 분야를 나눠 (사외이사 후보)풀을 꾸립니다. 이 풀에 있는 약 30명을 일부 전문가, 누군지 모르는 외부 전문가 7~8명에게 회람시킵니다. 시간, 비용적으로는 낭비라면 굉장한 낭비지요. 그런 다음 점수를 단순 합산, 1등부터 8등까지 최종 8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제출합니다. 그럼 이사들이 이 결과를 놓고 자기 판단에 따라 점수를 매깁니다. 1~4등이 바로 나오니까 누가 (후보가) 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예상외의 후보가 되는 경우도 많죠. 그렇기에 금융지주 회장도 누가 (사외이사가) 될지 상당히 긴장합니다. 사실 정부에서도 관여를 해 볼까 하는 심산으로 제게 연락을 해 온적도 있어요. 그래서 "아니 제도적으로 안 되는데 내가 어떻게 관여하느냐, 나는 말만 위원장이다"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 식의 관여를 못하게 하는 겁니다. 제도를 이렇게 운영하면 됩니다. 운영을 이렇게 하지 않으니 문제지, 운영을 하면 된다는 겁니다. 사외이사들도 누구 핑계 댈 필요 없이 자기의 양심에 입각해서 잘 만들어진 제도에 따라 (선출)하면 자기 독립성은 자기가 챙길 수 있습니다. 독립성 가진 이사들이 CEO를 잘 뽑으면 되는 겁니다.


이번에 우리금융 상황을 보니, 저게 옛날에 KB금융이 하던 일이에요. CEO 뽑을 날이 정해 져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립니다. 내내 가만 있다가 갑자기 판이 벌어지면 아무나 지원하라고 합니다. 부랴부랴 서치 펌(search firm)이나 헤드헌터(head hunter)에게 후보명단을 가져오라고 하죠. 그 때부터 난장판이 벌어집니다. 온갖 백을 동원하려고도 하죠. 그러니 예측 가능성이 없는 거에요. 제가 신한은행 이사와 KB금융지주 이사를 지낸 적이 있습니다. KB금융은 그나마 윤종규 회장 직전에 한 번 난리가 났었던 만큼, 윤 회장이 들어오면서 지배구조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노력도, 돈도 많이 들었죠. 적어도 그 시스템은 평소부터 쭉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다른 금융회사도) 그렇게 한 번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KB금융은) CEO 풀도 지속해서 관리합니다. 1년에 두 차례 씩 매번 바꿉니다. 내부 후보는 부회장과 계열사 사장 몇 명이 당연직 후보로 들어가고, 외부후보도 그때마다 갱신합니다. 헤드헌터사로부터 명단을 받아 투표를 해서 풀을 유지하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후보군을 20여명 갖고 이 중에서 뽑는 겁니다. 이런 후보들을 제치고 정권에 따라 밑도 끝도 없이 엉뚱한 후보가 들어오면 되겠습니까. 저는 이것이 흔들리는 지배구조의 대표적 케이스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CEO 선임과 관련해서 후보를 상시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시 관리하는 후보라면 사외이사들이 모르는 사람이 나올 수가 없죠. 평소 매년 (명단을 통해) 보고, 평가를 듣는데 모를 수가 없지요. 작년에 들은 사람에 대해 또 듣는 겁니다. 물론 후보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다고 해서 받았는데 아니면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기에 상시 관리가 중요한 겁니다. 그 풀 중에 뽑아야 안정성이 유지되고 외부 입김이 그나마 줄어 듭니다. 이런 방식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것으로 봅니다.


다른 면으로는 저는 내부 입김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KB금융처럼 윤종규 회장이 누가 사외이사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사외이사들과 얽히다 보면 친분이 생기잖아요. 이것은 개인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외이사 개인이 얼마나 양심과 자기 전문성을 갖고 조직을 위해 어떤 CEO를 뽑느냐 하는 문제지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선임, 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는 과한 생각"

또하나는 관치입니다. 이번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종용 전 금융위원장이 됐습니다만, 관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는 것, 반면 조직이 흔들릴 때는 무조건 관 출신이 와야 한다는 것, 둘다 과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실물 부문을 보면, 잘 안되는 회사들은 꼭 삼성출신 경영진을 고르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을 고르지 않잖아요. 관치 문제가 과하게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관 출신도 후보로 올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반면 조금 이상해지면 관을 집어넣으려 하는 관치 문화도 사라져야겠지요.


적격성 심사 얘기도 나왔는데, 이것도 별 거 아닙니다. 자격을 가진 사람, 속칭 '또라이'가 아닌 사람이 행장이 돼야 한다는 거에요. 제가 예전에 영국에 출장을 가보니, 법 체계가 불문법(不文法) 체계에요. 행장감이 된다고 판단하면 되는거고 아니면 안되는 겁니다. 다만 우리는 성문법(成文法) 체계이니 법으로 정해놔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적격성 심사제도는 저 역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격성 심사만으로 좋은 CEO가 될 수 있다?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 하지 않습니다. 그것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결국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유지되는 현재 지배구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봅니다. 또 어느 정권이나 '정권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과하게 (인사에) 개입해서 금융사를 흔드는 것은 (정권) 스스로 자제해야 합니다. 관이 수 십 년 흔들어서 잘 안됐잖아요. (정권 차원에서) 인사에 개입하면 가장 큰 문제가 은행 직원들이 행장을 안 본다는 점 입니다. 대신 금감원이나 금융위원회에 인사 운동하러 다니죠. 그래서 지배구조를 바꾼 것입니다. 고심 끝에 구축한 제도니 잘 운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통령보다 낫다는 금융지주 회장, 권한 막강 책임은 안 져

<사회> KB금융 회장추천 때 1등이 현 윤종규 회장이었나요?


<토론자D> 저는 당시 사외이사추천위원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알지요. KB금융에선 당연히 윤 회장이 1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점수로 되는 겁니다. 옆에 직원이 합산해서 누가 1등이다 라고 할 때까지는 우리도 몰라서 조마조마했어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 정도로 안 하면 내부에서 회장이 쥐고 흔들거나 외부에서 금감원이 흔들거나 합니다.


<토론자E> 전 문제의식이 조금 다릅니다. 왜 금융 4대 천황이냐 하는 것입니다. 왜 금융지주회장이 천황으로까지 불리느냐 하는 점입니다. 물론 돈도 많이 받겠지만, 책임지는 것이 없습니다. 개인 권력입니다. 인사권이 큰데다, 그룹에 대한 광고권도 있습니다. (토론자 B "저 때는 일주일에 전면 광고 3번, 1년에 500억원씩 썼어요") 그럼 언론을 장악할 수 있지요. 이건 어떻게 보면 지주회사 회장의 개인 정치활동이나 마찬가집니다. 우리사회에서 이 정도의 무소불위 권력을 유지하는데가 어디 있어요?


<토론자D> 대통령보다 나아요.


<토론자E> 대통령보다도 낫죠. 어딜가나 찬사받지요. 정당의 대표가 이럴까요? 권한이 너무 커요. 그에 비해 책임지는 것은 없어요. 손태승 회장도 은행장 때 했던 일을 책임지는 거지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책임진 건 없어요. 금융지주회사 임원이나 회장이 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어요. (지주 임원은) 감독대상이 아니거든요.


그런 이런 금융지주회사를 왜 만들었느냐. 그때는 유니버셜 뱅킹을 해야 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법 영역을 깨기 어려우니 이걸 지주회사 체제로 만들어 유니버설 뱅킹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였지요. 그러려면 (지주회사에) 인사권이 있어야 하고,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정보는 은행이 각 고객부터 오는 것을 의미해요. 예컨대 카드업을 하면 기업의 운전자금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있잖아요. 또 투자회사는 회사에 직접금융을 대신 해주는 것 아니겠어요? 컨설팅도 해 주고요. 또 인수합병(M&A)도 있을 수 있지요. 이렇게 고객별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모아 그룹차원에서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 기반을 만들어주자는 거였어요. 물론 여기엔 책임이 따르지요. 개인의 사금융 정보가 들어가니 책임지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주회사를 만들고 나니 우리은행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지주회사와 은행이 싸우기만 하는 거예요. 게다가 이젠 개인정보보호가 너무 강화돼 문턱을 넘어서기 어렵게 됐습니다. 금융지주회사에서 금융과 관련한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 CEO나 임원이) 책임 질 일이 없어진 겁니다. 하지만 인사권은 남았습니다. 또 바깥에 로비할 수 있는 권한이 남게 됐습니다. 광고권한 말입니다. 그럼 이런 체제하에서 나타나는 게 뭐냐. 정치 사단입니다. 아까 사외이사들을 로타리 클럽이라 했지만, 이들은 정치사단이에요. 회장 연임을 위한 정치사단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무소불위,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는 이런 조직을 만들어놨기에 회장을 하겠다는 이들이 몰리는 거죠. 먹거리가 너무 많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었으면 그 권한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던지, 아니면 파이(Pie)를 줄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에선 (금융지주회사에) 책임을 더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현 체제 하에서 유니버셜 뱅킹이 적절한가 의문이 들거든요. 그렇다면 결론은 파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금융지주회사) 자체를 감사, 감독위원회 같은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아니라 감독위원장이 되겠지요. 이런 경우 상임이 좋을지, 비상임이 좋을 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상시 출근해 인사권을 행사할 거는 아니지요. 감독위원장이 왜 상시적으로 나가 인사권을 행사합니까. 인사는 예를 들어 지금도 계열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각 조직의 장이 있지 않습니까. 각 조직의 장에게 맡기면 됩니다. 감독위원장은 각 조직의 장이 잘 하느냐 아니냐만 잘 관찰하면 되고, 그 역할을 잘 못하면 책임을 묻게 하면 됩니다. 왜 지금도 금융지주 회장에게 4대 천황 지위를 계속 부여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대안으로 얘기된 '팔 길이 원칙'은 사실 문화적, 관행적으로 지키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파이를 줄이거나, 권한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던지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원 제재해야 할 땐 못하고, 손 안 댈 곳에 손 대는 게 문제

<토론자A> 제가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최근 금감원장이 영(令)을 세우고 있는데,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정부가 절대로 손을 안댄다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각 은행이 알아서 하게 됩니다. 제 경험을 보면 금감원이 정말 필요한 부분엔 너무 약해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 사태 등과 관련해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소송을 걸었죠? 이건 영국 같은 곳에선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영이 서야 할 때엔 힘이 없고 엉뚱한 데 힘이 센 것이죠. 우리 감독 자체가 아직 후진적입니다. 금감원은 정말로 강해야 합니다. 영국에선 FCA에서 사직하면 그 다음날 민간에 갑니다. 오전에 사표쓰고 오후에 가죠. 그래도 문제 없어요. 철저히 개인에 대한 평가 문제입니다. '니가 가서 로비했느냐?' '이상한 일을 했느냐?' 개인 평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몇 년 있다가 (민간에) 가라, 3년 있다가 (민간에) 가라. 웃기는 얘깁니다. 그 사이에 손가락 빨고 있겠습니까. 아니거든요. 감독기관의 문제입니다. 시장에 손 안댄단 믿음을 줘야 하고, 감독기관이 시퍼렇게 제재할 땐 시퍼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럴 땐 (손을 대야 할 때는) 힘이 없어서 재판으로 갑니다.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손을 안 대야 할 땐 또 댑니다.


<토론자B> 제가 제재심 몇 번 가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심의위원들이 아무말을 못합니다. 정해진 룰대로 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간혹 검찰 자문관이 한 마디 툭 던지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제가 한 두번 경험해 봤습니다만, 죽을 상황에서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창구 같은 사람은 진짜 억울한 상황이었는데, 감독관이 한 번 얘기하니 검토해서 살아난거 아니에요.


<토론자A> 제가 제재심을 1년 반 넘게 해 봤는데, 이것이 재판과 똑같습니다. 이게 조서가 100페이지씩 되거든요. 그러니 외부에서 온 제재심의 위원이 꼼꼼히 읽어보고 할 수 가 없습니다. (하려고도 안 합니다.) 그러니까 큰 게 없으면 그냥 금감원이 시키는 대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회 의장 자기 후배 앉혀 놓고 셀프 연임, 감독원 보다 센 금융지주회장

<토론자B> 우리금융 사태나 신한사태나 펀드사태나 보면 이사회는 책임 하나도 없느냐란 생각이 든다. 모든 사안이 (금융지주에) 보고되는거 아니에요? 이게 (고객에게 팔기에) 적절한 상품이냐, 리스크가 어떻느냐 하는 것이.


<토론자E> 은행 이사회에만 보고하는 거지 지주에는 안 하지 않나요?


<토론자B> 그게 (금융회사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돼 있어 다 보고가 되는데, 그 보고를 회장이 못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그래놓고 잘 팔았다고 결론 나면 회장이 (계열 은행이나 증권사를) 칭찬합니다. 앞뒤가 엇갈리지요. 금융지주 이사들,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100%는 아니겠으나, 상당 부분 책임을 줘야 관심을 갖고 "아 잘못되면 큰일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많은데 더 줘야 한다고 봅니다.


<토론자A> 아니, CEO들이 3연임, 4연임 하도록 자기편 이사들과 뭉쳐서 참호 팔 때 금감원은 뭘 한겁니까. 그 때 문제가 된게 하나은행이었습니다. 김정태 회장 시절 물러나라고 금감원이 들볶다가 손 들었어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고교 동창이라는) 김정태 회장이 금감원보다 더 힘이 쎘으니까요.


<토론자B> 솔직히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이사회 의장을 자기 학교 선배인지 후배인지 데려다 놓고, 그런식으로 하니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셀프(연임)하면 안 됩니다.


<토론자D> 좀 전에 말씀하신 금융지주 회장의 파이 줄이는 거,정말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금감원도 인식은 하고 있습니다. 회장이 갖고 있는 큰 파이가 인사권이죠. 계열회사 인사권, 임원 인사권. 각 계열사 임원 인사권은 명목상으로 사장이 갖고 있습니다만 회장이 다 행사하지요. 또 하나는 광고권입니다. 예컨대 KB국민카드 사장을 뽑는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지주 회장이 이사회에서 결정하라고 한다지만 이사회에서 그 사람들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엔 회장이 찍은 사람을 찍게 되는겁니다. 이런 문제로 이사회에서도 이사끼리 티격태격합니다. 하나금융은 일사불란하지만 KB금융은 회장과 이사간 논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져요. 그러나 결국엔 이사들이 회장이 설득하고 설명하면 그러냐고 그쪽으로 가버립니다. 회장의 막강한 파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금감원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보완책도 내놓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보완책이란 게 문제죠.


<토론자C> 지주회사 전에는 은행의 자회사체제였습니다. 지주회사 되면서 은행장이 회장으로 간 거에요. 옛날엔 은행장이 있고 그 밑에 증권, 보험이 있었는데 이제 지주 체제가 되니 지주로 갔지요. 예전엔 은행장이 다 하다가 이젠 회장이구나 해서 간 겁니다. 회장 권한을 축소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돼도 그 권력은 어디 다른데로 가지 않습니다. 권력 분산이란 게 생각보다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지주회사 회장의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사실 지주회사 회장이 영업도 주재를 하거든요. 지주사는 비즈니스유닛(BU) 체제로, 매트릭스 조직이 돼서 다 연결이 돼 있습니다. 지주회사는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와 쉐어드 서비스센터(shard service center)로 나뉘는데 전자의 대표는 전략·재무·리스크고 후자의 대표는 IT부문 입니다. 지주회사가 BU의 헤드를 만들고 또 그것의 헤드는 회장이지 않습니까. 사실상 회장이 영업회의를 다 주재합니다. 자회사가 아니라 BU단위로 사업을 하는 만큼 지금 형식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펀드 이슈도 업무집행자, 관리자에 한해 책임을 묻잖아요. 그러니 업무집행장을 부행장으로, 관리책임자를 행장으로 하는데 이건 형식논리에 불과합니다. 사실은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왜냐면 실제로 독자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모두 (회장에게) 보고가 됩니다. 사인만 안할 뿐이지요. 그러니 실질적인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합니다.


<토론자D> 법정에선 책임을 안 진다니까요."내가 부행장에게 전결권을 줬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말이 안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거에요. 우리 법 체계도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E님이 말씀하신 회장의 책임과 권한 축소,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토론자B> 전에는 이런 대형사고가 나면 회장이 책임이 있든 없든 “잘못했습니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사회에서 전반적인 업무보고를 다 받고 그 해 업무계획도 받고 하잖아요. 지주회사 회장이 “주주 가치를 어떻게 하겠습니다”하고 발표도 하고요. 연말에 가서 약속을 제대로 못 지켰으면 해임하든 퇴임하든 해야 하는데 그냥 또 가는거에요. 미국 보세요. 안 그래요. 지난해 말 디즈니 CEO 바꿨잖아요. 그냥 해임하고 고문도 안 시키고 그냥 (집에) 가라고 했습니다. OTT시장에 뒤늦게 대응하느라 비용을 많이 썼다는 이유로. 그리고 2년 전 CEO 다시 불렀더라고요. 우린 그런거 하나도 못 봤어요.


재벌 처벌할 때 처럼 금융지주 회장도 "회사 결정에 영향 미치면 책임지게 해야"

<토론자E> 미국 얘기지만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이 많은 사람을 잘랐지만 자기 봉급도 40% 깎고 잘못했다, 앞으로 잘 하겠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그런게 보이진 않아요.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수 있도록 견제와 균형이 필요합니다. 당근과 채찍이 같이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실질적 경영책임을 집어 넣어서 회장, 금융지주회사 회장도 책임지게 하던지 하는 식이지요. 재벌2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이사제도 잖아요. 재벌은 이사가 되든 안 되든 회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 책임을 지게 만들어 놨잖아요. 무섭잖아요. 많은 재벌CEO들이 그것땜에 (감옥에 가는 등) 고생했고 그래서 신경을 많이 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책임을 지도록 하든지 파이를 줄이든지 해서 견제와 균형이 내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토론자D> 제가 신한사태 당시 은행 이사회 의장이었습니다. 젊었을 때 이것저것 안 따지고 정의로울 때였죠. 당시 감사위원장이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이규민씨였어요. 그 분은 대차게, 원칙대로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선 잘 수습했어요. 언론인이 교수나 이런 분들 보다는 낫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신한지주 이사회는 달랐어요. (지주 회장 눈치만 보고) 움직이질 않더라고요. 문제의 본질도 알고 다 알면서도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죠.


<토론자B> 이사회가 얼마나 불공정 하냐면요, 제 얘기를 하시니까요. 저는 은행에서 고소를 했는데, 기소가 되기 전이에요. 조사도 받기 전인데 제 업무를 이사회서 다 정지를 시켜버린 거에요. 조용병 회장 같으면 채용비리로 2심 갔는데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해서 직을 유지했어요. 그런데 저는 기소도 가기 전 (직무가) 정지됐어요. 이사회 횡포라는게 뭐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아실 줄 압니다. 그 때만해도 회장의 말대로 다 움직이는 거에요.


<토론자D> 이사회 제도는 얼기설기 잘 만들었는데, 비상상황이 되면 작동을 하지 않았죠. 아까 말씀 드린 것은 외부로부터의 독립성, 그건 작동할 지 몰라도 내부 회장이 쥐고 흔드는거 어떻게 하느냐? 그게 더 문제 같아요.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거든요,


<토론자B> 사외이사 임기를 딱 정해놓고 연임을 생각지 않도록 하면 그나마 좀 나을 거에요.


<토론자D> KB는 지금도 5년입니다. 다른 지주들은 6년이지만요. 저는 5년도 길다고 봅니다. 너무 경영진과 가까워지기 전에 나가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은 거 같아요.


<토론자B> (신한사태때) 최영휘 선배는 딱 두 번 했잖아요. 자기는 (지주 회장의) 3연임은 반대다. 처음 (사외이사를) 시작할 때부터 선언을 하고 나왔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하나의 (사외이사)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토론자E>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경우도 비슷한 것 아닌가요. 손 회장이 3연임이 확실시 되고 이런 분위기였고, 참호파기도 확실히 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나간다고 의지를 불태우는데 누가 어찌하겠습니까. 그렇게 끝까지 간 상황인데, 여기에 대해 금감원이 걸었잖아요. "당신 라임 사태에 책임이 있다"라고요.. 처음엔 손 전 회장이 거기에 응할 듯 하다가 "내가 예전에도 했는데 이번엔 못할까" 그러면서 한 것 아닌가요.


라임 사태는 전 정부 때 일어난 일이 아니겠어요? 책임 문제도 이상하게 돼 있어요. 배상을 은행에서 100%로 해주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소액주주 등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소송할 이유가 없지요. 불만이 터지고 소송이 벌어져야 조사가 되는데, 그런게 아예 없게됐어요. 다 물어주고, 다 갚아주는데 누가 왜 문제를 삼겠습니까. 라임사태는 조사가 안돼있어요. 손 전 회장 입장에선 "라임 사태? 내가 잘못한게 없고 감독원이 물어주라고 한 거 아니냐. 왜 나를 자르냐"라고 할 빌미를 줬잖아요. 새 금감원장이 와서 "아 이상한데" 하고 얘기는 하는데, (감독원이) 원죄가 있잖아요. 뒤집지 못하죠. 손 회장이 데드라인까지 가서 "이제 나 그만둘게" 한 겁니다. 이미 참호는 다 파놓고요. 신임 회장 추천위가 내놓은 롱리스트에서 자기한테 반대하는 전직 임원들은 다 잘라놓고, 갑자기 자기 사람을 숏리스트에 집어넣고 말이죠. 이건 상왕 노릇을 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임종룡 NH회장 때 우리투자금융 인수로 경영력 입증, 왜 관치만 말하나

이런 상황에서 임종룡 회장이 뛰어든 거죠. 그는 자천이고 타천이든, 프라이빗 섹터 경험이 있습니다. 농협지주 회장을 했어요. 우리금융이 지금 업계 4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 팔을 자른 거거든요. 그 중 핵심은 우리투자금융을 판 겁니다. 우리지주가 금융지주 제대로 했으면, 유니버셜 뱅킹을 위해 우리은행 투자파트를 우리투자금융으로 넘겨서 더 키웠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 그랬어요. 되레 (실적 숫자 좋게 하려고) 우리투자금융을 팔았어요. 그걸 누가 샀느냐? 임종룡 회장 시절 NH농협금융지주가 샀어요. 임종룡 회장은 그런 전략적 판단을 할 수있는 사람입니다. NH농협금융이사회는 전부 농협중앙회 이사들이에요. 이 이사들을 다 쫒아다니면서 이게 금융지주에 굉장히 필요하다고 다 설득시켰습니다, 그런 경영적 판단도 가능한 사람입니다. 그거는 말 안하고 왜 관치만 말하나요. 전 이런게 이해가 안돼요.


<토론자B> 일본은 지금은 모르지만 불문율로 3연임 안 갑니다. 연임을 가는데 6년째 까지 가는 게 아니라 5년째가 되면 상담역으로 스스로 물러납니다. 다 거의 그렇게 돼 있죠. 국책은행의 경우 한번은 민, 한번은 관 이렇게 맡습니다. 일본은행(BOJ) 같은 곳은 그렇게 합니다. 우리도 법으로 하는건 문제니까, 불문율로 "네가 왜 3연임까지 하려고 하나. 네 눈에 벗어나면 골로 가는 데."(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2번만 해도 감사한데 왜 3번까지 하려고 하느냐 하는 것 입니다. 저도 조용병 회장 3연임에 대해선, 예쁘고 미우고를 떠나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저는 이제 신한금융은 특별한 이유 없으면 회장 임기가 연임으로 정착될거라 봐요. 다른 데도 단임이 짧으면 두 번 정도 하더라도 3연임은 안했으면 합니다.


<토론자D> 말씀대로 임기를 제한하는 법이 발의도 돼 있습니다. 3연임 금지법을 민주당에서 발의했죠. 물론 흐지부지 해서 잘 안되고 있기는 합니다. 이걸 법으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선 저도 의문이 있지만, 제가 봐도 3연임은 안 됩니다. 예컨대 제가 회장으로 있는데 임원 A가 굉장히 똑똑한데 땍땍거린다? 그럼 요직에 안 써요. 그렇게 되면 A는 계속 옆으로 돌 수밖에 없는데, 그 조직으로 봐선 A가 굉장히 필요한 인재일 수 있단 말입니다. 회장이 6년만 하면 그 인재도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회장이 9년을 하면, 거의 10년간 A는 죽어있어야 합니다. 10년이면 조직에서 완전 아웃됩니다. 천하에 없는 인재라도요. CEO가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고 봅니다.


<토론자C> 지난 정부 초기에 그런 논의가 있었고 법안 발의가 됐는데, 그 때 임기 제한 이슈가 있었어요. 당시엔 반대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안 맞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3연임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한지주든 하나지주든 문제는 장기집권 하면서 폐해가 상당히 컸다는 겁니다. 좋은 케이스로 평가받는 분들의 특징은 대체로 중임, 두 텀을 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좋은 케이스로 남고 있다, 안 좋은 케이스는 항상 장기집권에서 생깁니다.


<토론자D> 3연임 금지법이 필요할까요?


<토론자B> 불문율로 해야죠. 지주회사 체제가 최초엔 페이퍼컴퍼니로 해서 대외적인 IR이나 정책, 이런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비대해져 버린 거에요.


<토론자A> 불문율로 되려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평판, 명예를 중요해야 하는데, 정치판도 그렇잖아요. 그런 것이 토양이 개선되기 전까진 이것도 어려울 겁니다.


<토론자B>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계열 증권회사 사장을 외부 영입하려고 하잖아요? 이젠 아무도 안 오려고 합니다. 자기 밑에 부장 하나 자기 맘대로 못하는데, 지주에서 미주알고주알 뭐라뭐라 하는데 왜 가냐는 거지요. 월급만 조금 더 받는건데 책임도 또 크게 져야 하고 그러니 "내가 왜 거길 가느냐"라고 한답니다.


<토론자A> 우리금융 자회사의 사외이사 했는데, 우리금융이 십 몇 년을 예금보험공사의 신탁통치를 받았어요. 정부가 대주주였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우리금융이) 자회사에 그대로 합니다. 자기가 관이 돼 있다는 걸 몰라요. 그 관리하는걸 다 예금보험공사에서 배웠어요.


<사회> 지주회사 체제 자체를 흔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주회사가 유니버설 뱅크를 위해 탄생했고, 칸막이를 없애 그룹 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금융을 하자는 취지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체제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질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다시 되돌리긴 어렵죠?


<일동>


<토론자B> 지주회사 조직이 상당히 비대해져 있거든요. 초심으로 돌아가 금융지주의 조직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 라인을 거치거나 지주회사 간 사람이 출세를 하고 잘되는 케이스가 많아졌어요. 나쁘다 좋다를 떠나 지주가 그렇게 강화됐어요. 그러다보니 권한은 많고 책임은 안 지는 거지요.


이복현 금감원장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겠다" 취지 좋지만 전리품 챙기기로 전락해선 안 돼

<토론자D> 저는 그 요체가 결국 인사권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신한이나 하나금융은 지주회사가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자회사들이 브랜드 사용료를 지주에 냅니다. 지주회사의 소스가 그것이죠. 그런데 KB금융은 반대입니다. 은행이 브랜드를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지주로 바꾸려고 하니까 세금이 어마어마 해요. 그래서 지주가 은행에 사용료를 지불하게 했어요. 그러니 지주가 돈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있는 게 인사권입니다. 이 인사권만 있으면 됩니다. 인사가 만사죠. 우리은행, 하나은행도 그랬지만 행장-회장끼리 티격태격 하는 경우가 있지만 회장이 행장하다 올라가고, 후배 육성하면 나중엔 질서가 잡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인사권이 중요하고 인사권이 과하게 지주 회장에 몰린건 맞는데, 지주회장에 인사권도 안 주면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주 회장이 왜 필요하냐는 것입니다. 누군가 견제와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이사회가 일차적으론 해야 하지만 할 수 있는게 있고 없는 게 있습니다.


그런만큼 최후 보루인 금감원의 영은 항상 서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쓸 데 없는 데는 관여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개입해야할 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개입해서 영을 세워야지요. 그래서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을 항상 신경쓰게 만들어야 합니다. 각 금융 회사나 지주 회장들이 지난 정권처럼 금감원을 우습게 보게 하는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토론자B> 신한금융의 사례를 들 수밖에 없는데, 조용병 회장 취임 당시 주가나 자산가치 이런 부분들이 3연임을 앞두고 있을 때 3등으로 떨어졌거든요. KB, 하나금융에게도 떨어졌습니다. 이사회가 이걸 그대로 둘건가? 이사회에서 3연임 얘기 꺼내기도 전에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디즈니가 했듯이. 그런 사례가 있어야 이사회 권한이 강화되고 제대로 활동하게 되는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토론자D> 이복현 금감원장이 그래서 이사회와 자신과의 통로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이사회 의장, 밑에 사람들은 이사들을 만나서 소통하겠다고 발언을 했습니다. 있을 수 있지요. 통로 갖는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로 그쳐야지요. 혹여 금융지주 이사를 정권이 바뀌면 냉큼 집어먹을 떡으로 아는 것은 위험합니다.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자리를 권력의 전리품으로 챙기기 시작하면 너무나 잃는게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건 참 조심해야 할 겁니다.


지난 정권에도 CEO 바꿔보려는데, 이사회에 딱 선임 권한이 주어져 있으니 방법이 별로 없었던 거예요. 아예 (정권이 바라는 후보를) 이사회에 후보로 넣어주질 않으니 어떻게 바꾸겠어요. 그래서 사외이사를 바꾸잔 말이 나온거에요. 그런데 그게 되는 회사도 있고 아닌 회사도 있습니다. 당하는 금융지주 회장 입장에선 자기가 바보냐는 거에요. 사외이사를 정부 입맛대로 바꿔주는 건 자기 칼에 목을 대는 거니까요. 그러니 점잖게 "금융지주 말고 자회사 이사로 가면 안되겠습니까?"이러는 거지요.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회장이 과하게 수족부리듯 하는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그 반대로 정부가 나서서 모든 인사를 다 선임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문제지요. 결국 이사회 자체의 자정기능, 독립성 확보가 핵심입니다.


<사회> 긴 시간 열띤 토론 감사합니다. 금융 당국과 금융지주사에 좋은 정책 제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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