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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물 탄 콘크리트 현장검사와 불신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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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중기벤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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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지난 8일 '물 탄 콘크리트 현장검사 코앞…비상 걸린 레미콘 업계'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기사의 요지는 "단위수량(水量) 품질검사가 곧 시행되는데 건설·레미콘사에서 단위수량 측정기조차 준비하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품질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한 제도이니만큼 서둘러 준비하자"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1일 '단위수량 품질검사 기준'을 마련, 이 기준에 따라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를 고시했다. 시행 시기는 건설 현장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다음 달 1일부터로 늦췄다. 이제 다음 달 1일부터는 건설 현장에 반입되는 콘크리트 120㎥마다, 또는 배합이 바뀔 때마다 수분 함량을 측정해야 한다. 단위수량 허용치는 185㎏/㎥ 이하로, 콘크리트 1㎥ 중 포함된 물의 양이 185㎏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물 탄 콘크리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광주 아파트 붕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데, 과연 이것이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끝도 없이 달린 독자들의 댓글이 그 반증이다.


"검사 끝나고 조절한다", "검사시료를 콘크리트가 타설된 현장에서 채취해 검사해야 한다", "정상 레미콘으로 검사받고 펌프카에 쏟아부을 때 물을 탄다"는 등은 현장검사의 맹점을 지적했다. "공무집행의 허점이 사전에 알려준다는 점이다. 불시에 해야 잡아낸다", "사고 나면 현장 책임자 말고 사장을 구속하면 된다"는 등 해결책을 제시한 댓글도 많았다.


이 신설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법 개정 이전에 시행 중인 설계나 공사는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11월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비 1억원 이상의 전국 건설 현장은 5만5214곳인데, 기준 고시한 9월 1일 이후 공사를 시작한 곳은 1만4266곳이다. 그 전에 공사가 시작된 4만948곳은 '물 탄 콘크리트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현장들이 제대로 된 콘크리트를 썼을지는 순전히 양심에 맡겨야 하는가.

요약하면,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 비양심적 불법적 행태도 불사해 하자에 붕괴, 인사 사고까지 일으킨 문제적 건설·레미콘사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불시 현장 출동도 어렵고, 사업주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동대표까지 내세우는 마당에 빠져나갈 길은 어떻게든 있을 테고, 속이려는 업체들에 속지 않으려고 공무집행 당국은 또 엄청난 세금, 시간,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심리학자 팀 러바인은 사람들이 쉽게 속고 거짓말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이유가, 인간은 상대가 정직하다고 보고, 즉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고 관계를 맺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내놓았다. 항상 의심하고 진실을 증명하려면 너무 큰 시간,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끔 속아서 대가를 치르더라도, 효율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합의를 위해 상대의 양심과 진심을 믿는 편이 훨씬 이득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취재보도 과정에서 이 ‘믿지 못해 지불해야 할 비용’과 불신이 팽배한 한국 사회 한 단면에 대해 많은 회의감이 들었지만, 제도적으로 감시하고 제재해서 신뢰 회복과 자정으로 이끄는 것이 우선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소관부처인 국토부는 계속 제도 보완과 관리 강화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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