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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회색 코뿔소 사냥에 나선 중국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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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지난해 12월 중국 경제 전문 재경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레이트포스트(Late Post)는 '헝다그룹의 황당한 자동차 사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헝다가 2019년 9월부터 중국 전역에서 전기차 공장부지로 사들인 토지가 1133만㎡(343만평)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2%는 공장부지며, 나머지는 아파트와 오피스, 상사 등을 지을 수 있는 종합 용지라고 설명했다. 공장부지에 딸려온 주거, 오피스 및 상가 개발이 헝다의 진짜 관심사였다는 폭로 기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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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지방 정부가 신에너지차 업체에 주택용지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공장부지를 매입할 경우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도 부여했다. 헝다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곧바로 각 지방 정부에 '신에너지차 제조 프로젝트 투자내역을 상세히 보고하라'라고 지시했다. 지시사항에는 '헝다 포함'이라고 콕 집어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 내부에선 발개위 지시를 헝다 시장 퇴출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요 지수가 급락하자, 일각에서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는 말이 나왔다. 이는 리먼 사태의 원인과 중국 부동산 대출 형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나온 말이다. 우선 중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70%다. 보유 부동산(집)에 따라 LTV가 내려가는 구조다. 중국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도 우려보다 낮다. 6월 말 기준 중국 41개 상장 은행의 부동산 기업 대출 비중은 6.35%다. 부실 대출 비율은 1.77%다. 또 중국의 대출상품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파생상품과 같은 선진 금융기법은 중국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리먼 사태와 같이 한 물건을 두고 수십 명의 채권자가 등장할 수 없는 구조다.


헝다 주요 거래 은행의 대손충당금 비율도 낮지 않다. 헝다 대출이 많은 민생은행의 대손충당금비율(지난해 말 기준)은 132.87%이며, 농업은행(274.53%), 공상은행(191.97%), 건설은행(222.39%), 상하이은행(324.04%), 흥업은행(256.94%) 등도 대손충당금비율이 높은 편이다. 은행권 부실 위험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인민은행이 1월1일부터 시행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순부채비율 100% 미만▲단기부채 대비 현금성비율 100% 초과 등 부채관리 기준에 미달한 기업도 우려만큼 많지 않다.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중 3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곳은 11개사에 불과하다. 이중 상위 10위 이내 기업은 헝다가 유일하다.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곳은 35개사며, 1개 기준을 못 지킨 곳은 36개사다.

그렇다고 헝다 사태에 따른 시장 충격이 전혀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헝다 하청(협력) 업체 수는 8441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월말 기준 헝다의 미지급 거래대금은 6669억 위안이다. 이중 대부분이 유동부채(2∼3개월내 갚아야 할 부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청업체의 무더기 파산 시 민심이 흉흉해지고 중국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헝다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했다. 이는 '회색 코뿔소(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를 사냥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예고된 헝다 퇴출 과정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정부패 민낯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토건세력 발본색원은 3연임을 염두에 둔 중국 지도부의 정치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헝다 문제는 정치적 일정에 따른 일련의 과정으로 보인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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