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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미들의 절망' 반복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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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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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위협받고 코스닥지수가 20년 만에 달성한 1천 포인트를 하회하며 팬데믹 기간의 급상승 추이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앞으로의 주가추이를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원자재 가격의 급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은 매우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팬데믹 기간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향후 대응은 주식시장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개인투자자들은 전례 없는 규모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상장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2월 결산법인의 작년 말 평균 소액주주 수는 21,444명으로 1년 전 12,066명에 비해 78%나 급증하였다. 이렇게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은 약 64조원의 주식을 작년 한 해 순매수했는데 이는 직전 최고 기록인 2018년 11조원의 6배 가까이 되는 수치이다. 올해에도 개인투자자들은 9월말까지 84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함으로써 작년 기록을 이미 훌쩍 넘어서고 있다.

팬데믹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열광하는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불어온 닷컴버블 시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몰려오면서 미국만 해도 주식 인구가 거의 1억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였다. 또한 나스닥의 인기로 전 세계에서는 10여개가 넘는 나스닥을 모방한 증권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날 정도였다. 유럽에서는 나스닥을 지향한 이스닥(EASDAQ)이 설립되었으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인터넷기업을 유치하겠다며 신시장 거래소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닷컴버블은 2000년초부터 급격히 사그라졌고 대다수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어야 했다. 2002년 비즈니스위크의 칼럼 ‘배신당한 투자자(The Betrayed Investor)‘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2000년 봄 이후 약 5조 달러 내지는 투자자산의 30% 정도 손실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나스닥 이름을 흉내 내거나 신시장이라는 이름을 내건 거래소 대부분은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그리고 이 때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계속하여 주식투자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닷컴버블 붕괴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과 그로 인한 낙담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비즈니스위크의 칼럼대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보다 엔론 파산 등 대형 회계부정과 내부자거래로 인한 실망이 주식시장 이탈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은 가능하다.


결국 팬데믹 국면에서 급증한 개인투자자들이 과거와 같이 배신감과 낙담 속에 대거 주식시장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가가 하락하지 않기를 바라거나 개인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을 제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근본적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 기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있는 다양한 형태의 부실을 적발하고,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하여 허황된 기대감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제재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지배주주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소액투자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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