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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 불평등·ESG·기후변화·저출산…"'공정과 혁신' 두 발로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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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용우 '두 발로 선 경제'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 해부, 현장 경제통 시각으로 진단

[임철영의 청경우독] 불평등·ESG·기후변화·저출산…"'공정과 혁신' 두 발로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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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


2011년 9월 미국 뉴욕은 소득 하위 99%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고용 불안과 소득 격차에 분노한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지독한 불평등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73일 동안 이어졌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된 집회는 1980년을 전후로 영미권을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나아가 약탈적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분노였다.

같은 시기 한국의 상황은 어땠을까.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지만, 방향은 정 반대로 흘렀다. IMF 위기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헤게모니가 깊숙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가격기능을 통한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이 분배를 결정한다는 주류의 패러다임을 재고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복지 강화와 소득 격차 완화 담론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G2’로 전환됐고 중국의 부상은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이 훌쩍 넘은 현재 한국은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주체에서 선진국과 경쟁을 하는 선도경제로 발돋움했다. 경쟁상대가 사라지면서 경쟁의 리스크는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애플의 스마트 폰이 디지털 경제를 추동했듯 새로운 도전을 통한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해야하는 단계라는 시각이다.


선도경제에 진입한 한국이 스스로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정부의 집중 지원을 통한 성장과 자원분배라는 정책의 관성 또는 규제의 한계를 받아들여 산업과 금융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한 때 월가를 점령했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논쟁의 수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으며 현재 진행형인 99%의 ‘극단적 불평등 완화’ 주장에도 화답해야 한다. 여기에 갈수록 중요해지는 ESG 경영과 기후변화, 저출산, 청년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책 ‘두발로 선 경제’는 2021년 한국이 처한 상황과 풀어야할 광범위한 주제를 담았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한 곳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출신이자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이용우 의원이 썼다. 경제연구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금융지주사, 증권사, 운용사 등을 거쳐 ‘핀테크’의 선봉에 있는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 책이다.


저자는 선도경제로 발돋움한 한국이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키워드로 ‘공정과 혁신‘을 내새운다. 1부에서는 시장 혁신의 아이콘인 ’플랫폼‘을 다뤘다. 아마존을 시작으로 한국의 쿠팡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경제가 어떻게 기존 질서를 바꿨는지 조명한다. 특히 글로벌 화두로 부상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 문제를 앞으로 해소해야할 과제로 제시한다.


2부에서는 기업공개(IPO), 주주자본주의 등 자본시장 제도와 감독 당국의 각종 규제에 대한 오래된 생각을 담았다. 저자는 시장을 기능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네거티브 규제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시장 참여자들에게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주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대목은 특히 눈에 띈다. 저자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모든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가 경영권은 위임받은 임원들을 선임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재벌총수들의 자기 이익과 회사 이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이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3부는 논의를 사회 문제로 확장한다. 저자는 2008년 신자유주의와 약탈적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그리고 토마피케이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이매뉴얼 사에즈 미국 UC버클리대학 교수의 불평등 연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으로 운을 뗀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본격화한 불평 등 문제를 구조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냉철하게 진단한다. 저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한국형 뉴딜의 과제를 조망하는 한편 합계 출산율 0.84인 저출생 문제와 앞으로 전개될 기본소득 논쟁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책이 위한 경제·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놓치지 않은 핵심 가치는 ‘공정과 혁신’이다. 공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 이용우 생각이다. 책을 관통하면서 삼성의 그림자, 재벌의 지배구조, 차등 의결권의 문제 등과 각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통 정치인인 저자는 말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공정과 혁신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공정한 경제질서의 토대에서 일어나며 우리는 그 경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 검토해야 한다.”


(두 발로 선 경제/이용우 지음/한빛비즈/2만 3000원)

(두 발로 선 경제/이용우 지음/한빛비즈/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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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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