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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공동부유'에 담긴 중국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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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잘 먹고 잘 살자'는 마오쩌둥의 공부론과 일맥상통
3연임 앞둔 시 주석의 새로운 정치 슬로건…14억 공동의 목표 제시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뉴욕=백종민 특파원] "공동부유(共同富裕)는 그 자체가 사회주의 현대화의 중요한 목표다. 우리는 항상 더 나은 삶에 대한 인민의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발전의 출발점과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 문제를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글로벌 포커스] '공동부유'에 담긴 중국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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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7일 열린 ‘제10차 중앙재경경제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라는 단어를 꺼냈다. 공동부유란 ‘모두가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분배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사회주의 기본 이론이다.

공동부유 단어가 나오자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이익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중국 지도부의 사회주의 이론 강화는 중국의 정치 리스크이자 중국의 새로운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공동부유 지속적으로 암시했던 중국 = ‘쌍순환 정책(내수 중심 경제 성장)’, ‘경제성장률 6% 이상’, ‘반독점법 강화’, ‘소강(샤오캉·小康)사회 선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5중전회)와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ㆍ전국인민대표대회) 등 굵직 굵직한 정치 행사에서 향후 중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수 중심 성장은 14억 인민의 소득 증대를, 6% 이상 성장은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성장을, 샤오캉은 모든 인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사회를 의미한다. 반독점법 강화는 자본이 편중되면서 발생한 빈부격차, 이로 인한 교육 격차의 병폐를 막겠다는 뜻이다. 키워드 모두 공동부유로 귀결된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성장했지만 사회주의 기본 이념인 공동부유를 포기한 적이 없다. 공동부유 사회 건설을 위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 왔다.


◆파이를 ‘나누자’ VS ‘키우자’ = 지난 2012년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성장과 분배를 놓고 두 세력이 충돌했다. 파이를 나누자고 주장한 사람은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는 당시 분배가 고르지 않아 계층과 지역 및 도농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분배에 중점을 둔 ‘중국식 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했다.

충칭시는 1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2011∼2015년) 기간 분배 방식을 개선, 2015년까지 전면적 중산층 사회를 건설한다는 세부 계획까지 수립했다. 이를 위해 중국에선 처음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신설하기도 했다. 보시라이는 일찍 감치 중국식 개혁ㆍ개방의 열매를 나누자고 주장했다.

반대에 선 사람은 중국 권력 4위인 왕양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당시 광둥성 당서기였던 왕 주석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있지만 지금은 파이를 키울 때라고 맞섰다.

보시라이 모델이 분배라는 사회주의 기본 이념에 무게가 실렸다면, 왕양 모델의 무게 중심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 경제였다. 시 주석이 집권하면서 보시라이는 실각했고, 분배 논란은 10년 가까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다시 시 주석이 분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신화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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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ㆍ2ㆍ3차 분배를 통한 공동부유 달성 = 시 주석은 공동부유에 대해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며 고품질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효율성과 공정성이라는 구체적인 실천 키워드도 제시했다.

신화통신은 공동부유를 달성하기 위한 3단계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1차 분배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분배에선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겠다는 의미이자 효율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2차 분배(재분배)에선 국가(공산당)의 역할, 즉 공정성을 강조했다. 국가의 규제 메커니즘을 통해 특정인(기업)의 불법적인 소득을 금지하는 등 저소득층 및 중산층으로 부가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3차 분배는 기부 등 사회적 역할을 의미한다. 세 차례에 걸친 분배를 통해 중국 사회가 항아리 모양의 부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본 공동부유 = 공동부유는 사회주의 기본 이론이라는 점에서 새롭지 않다. 계획대로, 생각대로 된다면 유토피아다. 다만 왜 이 시점에서 공동부유라는 단어가 불쑥 등장했냐 하는 점이다.

중국 안팎에선 내년 10월쯤으로 예상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동부유는 시 주석의 3연임를 위한 정치적 슬로건이라는 설명이다.

개혁개방을 주창했던 덩샤오핑은 선부론(先富論)으로 중국 사회를 이끌었다. 당시 배를 곯던 중국 사회는 덩샤오핑의 선부론에 열광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은 샤오캉 사회라는 정치적 슬로건으로 중국 사회를 단결시켰다. 선부론을 통해 소강사회를 이룩한 중국 지도부에 새로운 목표, 새로운 정치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동부유는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과 사실상 같은 말이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시기도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해 5중전회에서 오는 2035년 만민의 공동부유가 더욱 뚜렷하게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공동부유 사회를 위한 로드맵이 이미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보는 서방의 복잡한 시선 =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서방의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공동부유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당황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추후 나올 가능성이 큰 세제 개혁안 등 중국의 경제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을 통해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중국이 추진중인 경제 정책 방향은 과거 중국의 정책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여기에는 중국 정치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당장 중국 기업들이 3차 분배에 나설 경우 기업 이익 감소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 텐센트는 공동부유가 언급된 바로 다음 날인 18일 500억 위안(약 9조원)을 투입해 공동부유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부유가 단발성이 아닐 경우 기업의 이익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중국이 실용주의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 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동부유는 해외 투자를 제한하고 자본 유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일보는 사회주의 회귀라는 서방 진영의 불편한 시각을 의식한 듯 ‘파이’는 계속 키운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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