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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공광고 홍수는 공공비대화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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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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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라디오 등 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민간기업들의 광고를 접하게 된다. 기법과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국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흡연, 알코올중독, 음주운전 등을 경고하는 공익광고도 마주친다. 또한 가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기업 기관장들이 직접 출연하는 형태의 광고도 등장한다. 다소 어색한 목소리로 딱딱하게 원고를 읽어서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선출직들이 기관 홍보를 명분삼아 예산을 사용해 자신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민간기업 광고 가운데에서 양념처럼 접하던 공공광고들이 최근에는 홍수처럼 넘쳐난다는 느낌이다. 연전에 기차를 내려 출구로 걸으면서 역사에 걸린 광고판이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으로 도배된 모습이 의아하였다.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부문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NS에서 공공부문 광고가 더욱 급증함을 실감한다. 동영상으로 접하는 ‘출산율을 높이자, 나이들어도 일해야 한다. 공공버스는 편리하다, 세금 성실히 납부하라, 건강보험은 안전하다’ 등등 대부분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들으나 안 들으나 그만인 내용들이다. 비록 시류에 부응하여 모델들을 등장시키고 음악과 율동을 가미하여 외양은 세련되었지만 어차피 메시지는 상투적이고 진부하다.

심지어는 정부 중앙부처에서 조직문화혁신 관련하여 ‘평등한 소통, 유연한 근무, 정시퇴근 엄수’ 등을 강조하는 광고물을 접하고는 당혹감마저 느껴졌다. 비능률적인 공공기관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대의 조직문화까지 설파하는 이유와 정당성이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시장에서 실존하는 민간기업의 절대명제는 ‘팔면 살고 못 팔면 죽는다’로 압축된다. 판매가 부진하면 투입한 현금이 회수되지 않아 파산한다. 따라서 기업은 광고를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마케팅의 성패는 사활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광고는 단순한 홍보 차원의 보조적 활동이다.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 독점적 위치인 공공서비스의 판매는 무조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기만족적이거나 상부 보고를 위한 내부용인 경우가 많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공공광고 급증을 언급하는 이유는 민간부문은 정체되고 공공부문은 팽창하는 전반적인 흐름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각종 명목으로 세금과 부담금은 올라가고 공무원을 비롯한 철밥통 공공부문 종사자는 급증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최근 4년간 공무원과 공공기관원은 22만명이 늘어났고 지난 해 공공부문 인건비는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500대 기업의 채용은 3만명 증가했고 지난 해 인건비는 85조 9천억원으로 공공부문에 미달한다.

공공부문 철밥통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인력구조를 왜곡시켜 경제적 활력의 저하로 연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5월 통계청은 청년 취업준비생 85만명의 32%가 공무원 지망생이라고 밝혔다. 출산율의 추세적 저하로 청년세대의 절대숫자가 감소하는 와중에 비생산적인 공공부문은 팽창하는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부문은 정체되는 반면 이를 소비하는 공공부문 비대화의 진면목이 광고의 범람과 인건비 증가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자영업자 등 납세자들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벅홀츠 (Todd G. Buchholz)는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에서 명멸했던 동서고금 대표적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하였다. 빈곤에서 탈피한 경제적 번영은 공통적으로 '출산율 저하와 공공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파국을 맞았다고 결론내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파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셈이다. 일상에서 더욱 자주 접하는 공공광고는 역설적으로 공공부채 증가의 경고등이다. 민간과 공공의 역할과 자원배분에 대한 근본적 방향전환이 긴요한 시점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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