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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페미처럼 뭉쳐야 돼"…'미러링' 나선 남자들

최종수정 2021.05.06 06:25 기사입력 2021.05.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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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광고물·콘텐츠 등에 '남성혐오' 의혹 제기
"우리도 보여줘야 페미 영향력 낮아져" 남성들 결집
일각선 이같은 움직임이 '남성 미러링'이라는 지적
전문가 "차별·폭력은 사회적 약자와 강자에게 다르게 작용"
"인권, 다양성 등 교육 통해 근본적 문제 인식 해야"

편의점 브랜드 GS25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캠핑 용품 판촉 광고 포스터.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편의점 브랜드 GS25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캠핑 용품 판촉 광고 포스터.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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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편의점 브랜드 GS25 광고가 이른바 '남혐(남성혐오)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측은 광고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일부 남성 소비자들은 '이 기회에 남자들의 결집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다른 광고물, 콘텐츠 등에도 남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남혐 찾기' 열풍은 과거 페미니즘 진영에서 진행됐던 '미러링(mirroring·모방 행위)'과 유사하다는 시각이 있다. 미러링은 특정 사회적 집단을 똑같이 흉내냄으로써 기저의 편견·혐오의식 등을 고발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과거 페미니스트들은 남성 중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미러링을 했다면, 지금은 미러링이 '페미니즘 저격' 수단으로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혐 논란에 휩싸인 광고물은 GS25가 지난 1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한 캠핑 상품 홍보 광고 포스터다. 이 포스터를 보면, 모닥불이 타오르는 밤의 캠핑장을 배경으로 '캠핑가자'라는 문구와 함께 작은 소시지와 손이 그려져 있다.


문제는 소시지와 손이었다.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특유의 손동작이 급진적 페미니즘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누리꾼 설명에 따르면, 이 손동작은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포스터를 두고 '남혐 논란'이 커지자 GS25는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포스터를 두고 '남혐 논란'이 커지자 GS25는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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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진 가운데 GS25는 광고 포스터를 삭제한 뒤 자사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사과문에서 GS25는 "이번 이벤트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캠핑을 주제로 고객님들께 많은 혜택을 드리고자 캠핑용 식품을 중심으로 기획된 것"이라면서도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님들께 불편을 드릴 여지가 있는 이미지라고 판단해 즉시 디자인을 수정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하여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남성 누리꾼들의 '남혐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31)'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가 일부 남성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들 누리꾼은 재재를 향해 "대놓고 페미 인증한 사람"이라며 "맨날 속으로만 욕해서 바뀌지 않는다. 우리도 보여주자"라고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한 누리꾼은 남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에서 "이 사람(재재)은 페미의 요람인 XX대 출신이며 비혼식을 거행했다고 방송에서 떠들고 다니는 대표 페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반페미 운동을 펼쳐야 한다. 우리도 페미처럼 잘 뭉쳐야 언론에도 나고 페미들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라며 단체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튜버 재재를 광고모델로 채택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일부 남성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다. /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재재를 광고모델로 채택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일부 남성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다.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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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같은 남혐 찾기가 페미니즘 진영에 대한 미러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페미니즘 성향 누리꾼들이 남성 중심 사회의 폐단을 고발하기 위해 미러링을 했다면, 이번에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항할 수단으로 미러링을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미러링이 적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부터다.


당시 홍콩에서 국내로 입국한 여성 2명이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일부 남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김치녀가 그럴 줄 알았다", "김치녀는 이기적이다" 등 여성혐오 발언이 나왔고, 이에 반발한 여성들이 미러링을 시도하며 남성 누리꾼들의 행태를 풍자했다.


일례로 당시 여성 누리꾼들은 '김치녀'라는 용어를 '김치남'으로 바꿔 부르며 조롱했다.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 또한 여성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퍼졌던 인터넷 커뮤니티 '메르스 갤러리'에 대한 미러링으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링은 상대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상대의 무례함과 혐오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자는 취지를 담은 사회운동이지만, 오히려 상대를 도발해 혐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지난 2016년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질 나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쓰는 온갖 추잡한 말들을 그대로 복제해서 남자에게 돌려주면 남자들이 회개할까"라며 "이런 행위는 오히려 여자들로 하여금 '폭력적인 남성성'을 내면화하게 하여 폭력성의 저변을 확대 강화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는 차별과 혐오는 모든 집단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며, 젠더 갈등의 구조적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현재 남혐 미러링이 나타나는 것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별과 폭력은 모든 집단에 동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여성, 난민, 외국인 등 한 사회의 약자 집단에 차별이 가해지면 더 큰 타격과 편견이 발생한다"라며 "그러나 이미 사회에서 주도적인 남성에게는 이같은 피해가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분노의 시선을 돌리는 것보다는, 노동·정치·인권·다양성 등 교육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처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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