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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중·일의 對 아세안 외교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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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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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 일대일로, 인도-태평양 구상’ 이들 한중일 3국 외교전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지리적으로 인접하면서 미래 성장 잠재력과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아세안’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아세안과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중국의 경우 11세기 송나라 시대 남양(南洋)무역을 적극 후원하면서 동남아로 진출했다. 지금도 전 세계 화교의 70% 이상이 동남아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지역 10대 부자 중 9명은 화교라고 한다.

일본은 2차대전 중 동남아 지역을 식민지배하는 과정에서 반일감정을 남겼고 특히 60~70년대에는 대규모 무역흑자 등으로 ‘경제적 동물’이라는 인식이 아세안 내에 팽배했었다. 그러나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통해 일본과 아세안 간에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한 후, 도로·항만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함으로써 아세안의 마음을 다시 사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한국과 아세안의 인연은 상대적으로 짧다. 1949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맺어온 아세안 10개국과의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1989년 아세안의 부분 대화 상대국이 되면서 아세안 외교무대에 공식 등장했다.


한중일 3국은 모두 아세안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1997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은 ‘ASEAN+3’를 결성했으며, 이는 지난 20여 년간 동아시아에서 가장 제도화된 지역협력의 틀로 발전했다.

이러한 한중일의 구애에 대한 아세안의 반응은 어떨까? 약 1년 전 아세안 내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의 약 80%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부정적 인식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9년 이래 아세안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됐지만, 예컨대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아세안의 대중 경계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아세안 국민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어는 아세안 국민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어 중 영어^중국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한중일의 대 아세안 경쟁에서 우리의 위치가 아직은 동메달이라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후발주자이고 또 물량적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을 능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러한 추세가 하루아침에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만의 장점을 더 발휘해 나간다면 ‘함께 상생하는 아세안의 진정한 협력 동반자’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필자가 아세안 각국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가성비 측면에서 한국 제품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또 전쟁 후 부존자원도 없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경험은 아세안의 개발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아세안 모두 강대국 사이에 처한 딜레마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전략적 고민을 함께 하는 특별한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 아세안 외교의 더 큰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책의 끈기’라고 본다. 그러한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은 우리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도전이 있지만 새해는 보다 활발한 인사교류 등을 기대해 본다.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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