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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치러야 하는데"…대출 한파에 실수요자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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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대출규제에 직장인 등 통로 막혀
저축은행 등 2금융 풍선효과로 부실 우려도

은행 대출창구 참고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은행 대출창구 참고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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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공병선 기자]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외벌이로 직장생활을 하는 김동우(44)씨는 지난달 매매계약을 맺은 아파트 잔금을 융통하기 위해 이달 들어 주거래은행을 포함한 몇몇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아야 2000만~3000만원 밖에 대출이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생활자금 용도로 앞서 빌려둔 돈에 추가 신용대출 등을 합쳐 잔금을 마련하려 했는데 최근 강화된 대출규제로 통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예정대로 계약을 완료하려면 이달 중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 하루이틀새 일부 은행들은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마저 닫아버렸다. 김씨는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끌어모음)은 커녕 당장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금리 저축은행 등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나날이 강력해지는 은행권 대출 규제로 급전 조달에 애를 먹는 실수요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ㆍ증시로 무분별하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가계대출 전반을 관리하기 위한 '핀셋규제'라고 하지만 규제의 범위가 워낙 넓고 강도가 높아 투기ㆍ투자와는 무관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 현장의 목소리다.


23일 A시중은행 관계자는 "생활ㆍ운전자금 명목으로 신용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한도가 대폭 축소되거나 취급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느 은행으로 가야 하느냐, 방법 좀 알려달라'는 식의 문의 전화가 급격히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주거래 관계를 맺었고 신용에 문제도 없는데 덮어놓고 대출을 못 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고객도 더러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에 따라서는 마이너스통장 연장시 일부 금액을 먼저 갚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3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연장하려면 20% 가량을 선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전문직 종사자 등 고소득ㆍ고신용자들의 수요는 급전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많아 은행 입장에서도 난처할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 문턱은 하루가 멀다 하고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영업점을 통한 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가계 신용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KB국민은행은 2000만원을 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을 연말까지 막는다. 우리은행ㆍNH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ㆍ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주력 신용대출 상품의 취급 중단이나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으로 서민금융을 제외한 대출상품 판매를 옥죄고 있다.


잇따른 옥죄기로 증가세는 일단 주춤

이 같은 대출 조이기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세는 이달 들어 대폭 꺾인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8234억원이다. 지난달 말에 견줘 1309억원이 늘었는데, 10월 대비 지난 달의 증가폭이 4조8000억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흐름이 은행권 대출 규제와 맞물려 수요를 흡수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 2016년 12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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