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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존중해주세요" 비거니즘 주도하는 2030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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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식 인구, 150만 이상 추정
성인 10명 중 6명 "채식도 개인 취향으로 인정받는 것 같다"
전문가 "2030세대의 비건 문화, '착한 소비'와 연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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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 대학생 김모(25)씨는 최근 간헐적 채식을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그는 "얼마 전 돼지 도살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봤다. 돼지들이 사람에 의해 무자비하게 도살되는 게 충격적이었다"면서 "저렇게 고통받는 생명체를 내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먹었다는 것에 대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 후 내가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그때부터 채식하기로 했다"면서 "요즘 채식주의자를 위한 도시락 등이 많이 나와서 음식을 먹는 데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veganism)'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거니즘이란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뜻한다.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 동물성 제품 소비를 지양하는 행위도 해당한다.


건강 등을 고려해 채식주의자가 된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동물권 보호 등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채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청년층이 환경 보호나 동물 복지 등 윤리적 가치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건 시장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컨설팅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비건 시장 규모가 2018년 이후 매년 평균 약 9.6%씩 성장해 2025년에는 240억600만 달러(약 28조448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채식연합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도 2008년 15만 명 수준에서 2018년 약 150만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한 여성이 지난해 6월 무한리필 고깃집을 찾아가 "육식은 폭력"이라며 영업방해 시위를 벌인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여성이 지난해 6월 무한리필 고깃집을 찾아가 "육식은 폭력"이라며 영업방해 시위를 벌인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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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채식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채식'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요즘은 채식도 하나의 개인 취향으로 존중받는 것 같다'는 질문에 66.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직장인 윤모(27)씨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도 내가 채식주의자인 것을 알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비건 메뉴가 있는 식당에 가면 꼭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더라"며 "직장에서도 점심은 따로 먹으면 되니까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특히, 요즘은 재택근무를 하니까 남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먹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거니즘'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자신의 식단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6)씨는 "지인 중 한 명이 채식주의자인데 함께 식사할 때 은근히 눈치를 준다"면서 "함께 식당을 가도 '나는 동물들한테 미안해서 고기는 절대 못 먹겠다', '잔인하다'면서 비건 메뉴를 고르는데, 내가 무엇을 먹든 개인의 자유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나에게는 고기를 먹는 식습관이 자연스러운 건데 식사할 때마다 저런 식으로 말하니 기분이 나빴다"면서 "채식을 강요당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한 채식주의자가 무한리필 고깃집에 들어가 영업 방해 시위를 하면서 비건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동물권 활동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무한리필 고깃집에 들어가 "육식은 폭력행위"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됐다. 이 여성은 음식점에서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누리꾼들은 "가축 도살 과정이 비인도적이라는 데는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여성의 행동은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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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2030세대가 지향하는 '착한 소비'가 비건 문화와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착한 소비는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품, 서비스 등을 구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과거에는 건강 등을 이유로 주로 중장년층이 비건을 선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밀레니얼 세대가 채식을 선도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이나 미국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지 않나.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 정도 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동시에 육식을 줄이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는 환경·동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를 하려는 이들이 많다. 즉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기류 또한 덩달아 높아진 것"이라며 "이러한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결국 2030세대가 채식 문화를 리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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