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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나 떨고 있니" 인사철 대기업 임원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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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해 말 A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인사 담당 총괄로부터 일찌감치 '유임'을 통보받았다. 나이도 적지 않고 CEO를 5년 이상 했기에 남몰래 은퇴 준비를 해왔던 터라 의외의 소식이 오히려 반가웠다. "그래, 1년만 더 열정을 쏟고 미련 없이 떠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웬걸. 인사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둔 날 오후 "그동안 수고했다"는 재통보와 함께 CEO가 전격 교체됐다. 이 CEO는 "30년 이상 근무한 회사를 언젠가는 떠나는 게 순리이지만 섭섭한 마음이 슬며시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재계가 연말연시 인사철을 맞으면서 '임시 직원'으로도 통하는 '임원'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승진 기대보다도 집으로 가느냐, 회사에 남느냐 기로에서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생존하고 승진해 위로 한 발 더 올라가면 금상첨화지만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이다. 집에 갈 날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기도 해서다.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변수 탓에 인사철을 앞두고 '로키(low-key)' 분위기가 극심하다. 송년 모임은 코로나19 핑계로 최소화하고 최대한 튀지 않기 위해 정중동 행보다. LG·롯데그룹이 26일 본격적인 정기 인사 신호탄을 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원 10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재계 전반에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승진 후 첫 연말 인사를 앞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건희 회장 별세로 명실상부 그룹 총수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원 세대 교체를 통해 자기 색깔을 드러낼지도 최대 관심사다.


주요 그룹이 창업 3~4세로 총수 세대 교체를 이루면서 젊은 인재 발탁은 하나의 대세가 됐다. 자연스럽게 임원진도 젊어지는 추세다. B 대기업 초임 임원은 "최근에는 신구(新舊) 조화가 대기업 임원 인사 트렌드"라며 "능력이 있으면 성과 중심으로 신진 세력을 깜짝 중용하고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내 어른들과 잘 어우러지는 것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 대기업 임원은 인사 '방(명단)'이 붙기 이틀 전 무심하게 울리는 스마트폰을 외면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다. 하루 전 전화면 승진 또는 잔류, 이틀 전이면 대개 짐을 싸라는 뜻이다. 신상필벌이나 인력 구조조정 등 '충격요법'이 더 필요한 기업이라면 이런 통보 불문율도 딱히 지키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체 임원들에게 연말연시는 늘 두려운 시기다.

임원 수시 인사 제도를 도입한 D 대기업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그나마 충격이 덜하다고 한다. 연말 같은 특정 시기가 아니더라도 책상을 빼는 동료를 자주 목격해서다. 왁자지껄한 승진 잔치는 옛말이다. 100세 시대라는데 다소 젊은 나이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을 먼저 위로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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