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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나전칠기 기술 집약된 '나전합' 고국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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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처음 보유하는 자합 형태 나전합
전복패 영롱하게 빛나고, 바다거북 등껍질 색감 온화해
다양한 문양 요소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12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서 공개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나전국화넝쿨무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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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나전칠기 기술이 집약된 ‘나전국화넝쿨무늬합(나전합)’이 고국으로 귀환해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들어온 이 문화재를 2일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공개됐던 모자합(母子盒·하나의 큰 합 속에 작은 합 여러 개가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가운데 하나다. 세계를 통틀어 세 점만 온전한 형태로 전해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입이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소장자와 직접 협상해 가져올 수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처음 보유하는 자합 형태의 나전합”이라고 했다.

나전합은 길이가 10㎝, 무게가 50g이다. 전복패가 영롱하게 빛나고, 대모(玳瑁·바다거북 등껍질)가 온화한 색감을 보인다. 장식 또한 금속선으로 치밀하게 꾸며져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평가된다. 뚜껑과 몸체에 반복되는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이다.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만큼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빼곡하게 배치돼 유려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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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가운데에 위치한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이 적용됐다. 거북 등껍질을 얇게 갈고 그 뒷면에 붉은 채색을 했다. 그래서 표면에 붉은빛이 비쳐 보인다.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해 만든 문양)으로 촘촘하게 장식됐다.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기물의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문양 요소가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있다.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청자, 고려불화와 함께 고려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미술 공예품으로 손꼽힌다. 고려 중기에 송나라 사절로 고려를 찾은 서긍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극히 정교하고(極精巧),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細密可貴)”라고 썼을 정도다.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 고려 나전칠기는 세계에 약 스무 점밖에 없다. 대부분 미국과 일본 박물관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환수로 나전대모칠국화넝쿨무늬 불자(拂子), 불교경전함과 함께 세 점을 소장하게 됐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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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제작방식과 재료 등을 파악하고자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나전합을 비파고 분석했다. 그 결과 전형적인 제작기법과 재료를 사용한 사실을 알아냈고, 나무로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木心漆器)라는 것을 밝혀냈다.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 몸체를 만든 점과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뒤에 측벽을 붙여 몸체를 제작한 점 등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나전합을 오는 12월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14년 만에 공개한다. 다각적인 연구를 병행해 관련 보고서도 펴낼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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