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신조어사전] 뇌절 - 집착에 가까운 반복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집착에 가까운 반복을 지칭하는 뇌절은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지만, 김득신의 다독 뇌절은 자신의 결점을 딛고 학문적 성취를 이룬 계기가 됐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집착에 가까운 반복을 지칭하는 뇌절은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지만, 김득신의 다독 뇌절은 자신의 결점을 딛고 학문적 성취를 이룬 계기가 됐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조선 후기 시인으로 이름을 날린 김득신은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왕이었다. 그가 스스로 평생 읽은 책을 기록한 독수기(讀數記)에 따르면 '사기' 백이전은 1억1만3000번, 노자전·분왕·벽력금 등은 2만번 읽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어 "장자, 사기, 대학, 중용은 읽은 횟수가 1만번을 넘지 않았으므로 적지 않는다"며 겸손 어린(?) 자랑까지 적을 정도였다. 그의 서재 이름은 '억만재'. 1만번은 읽어야 책을 알고, 1억번은 읽어야 책을 읽었다고 생각한 김득신의 다독 뒤엔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숨어있다. 김득신의 조부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명장 김시민이고, 부친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김치로 스무살에 문과 급제한 당대의 엘리트였다. 명문가 자제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태어난 김득신은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아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뇌 손상을 입어 지능이 다소 떨어졌다고 전해진다. 10세 때 간신히 글을 깨우쳤으나 돌아서면 잊는 수준이었고, 20세 때 처음 글을 썼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버지 김치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 스물에 첫 시를 쓰자 덩실덩실 춤을 추며 감격하던 아버지는 "득신은 아둔하니 공부를 포기시켜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을 지지했다. 김득신 역시 그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며 공부에 매진해 39세 때 소과에 합격하고, 뒤이어 59세 때 비로소 대과에 급제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뇌절'은 만화 나루토에 등장한 기술에서 유래한 단어로, 똑같은 말 또는 행동을 반복해 상대방을 질리게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일생을 독서를 향한 뇌절로 후세까지 회자된 김득신의 집념은 오직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포기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몇 차례의 좌절에도 쉽게 포기하는 이들을 향해 김득신은 이런 조언을 건넨다. "학문에 힘쓰는 자는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 데 달렸을 뿐이다.(又勉學者無以才不猶人自晝也. 莫魯於我.終亦有成. 在勉强而己)"


용례
A: 곧 점심시간인데 오늘 뭐 먹으러 갈까?
B: 뭐 하러 고민해. 오늘도 부장님이 국밥집 가자고 하시겠지.
A: 아니 월·화·수·목 국밥 먹고 금요일에 또 국밥? 좀 너무한 거 아냐?
B: 진정한 뇌절이지. 그래도 밥은 사주시잖아. 그걸로 위안 삼아야지 어쩌겠냐.
A: 아오, 나는 오늘 병원 간다고 하고 빠지련다. 잘 다녀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곰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어요"…지리산서 반달가슴곰 '불쑥' 지역비하에 성희롱 논란까지…피식대학 구독자 300만 붕괴 강형욱 해명에도 전 직원들 "갑질·폭언 있었다"…결국 법정으로?

    #국내이슈

  •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5년 뒤에도 뛰어내릴 것"…95살 한국전 참전용사, 스카이다이빙 도전기 "50년전 부친이 400만원에 낙찰"…나폴레옹 신체일부 소장한 미국 여성

    #해외이슈

  •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 수채화 같은 맑은 하늘 [이미지 다이어리] 딱따구리와 나무의 공생

    #포토PICK

  •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없어서 못 팔아" 출시 2개월 만에 완판…예상 밖 '전기차 강자' 된 아우디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 용어]급발진 재연 시험 결과 '사고기록장치' 신뢰성 의문? [뉴스속 용어]국회 통과 청신호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