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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기술을 만나다 : 소통과 공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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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진한 감동이 묻어나는 많은 감상평이 신기했다. VR(Virtual Reality), 즉 가상현실 다큐멘터리라는 생소한 프로그램이 이런 뜨거운 반응을 얻다니 의외였다.


TV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MBC 스페셜-특집 VR다큐 너를 만났다'는 2월 첫째 주 비드라마 중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프로그램이 방송된 6일에는 46.5%의 높은 검색점유율을 기록했다. 종영 후에도 방송클립 조회 수가 1000만을 훨씬 넘기고 2만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등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무엇이 이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을까. '너를 만났다'는 감기인 줄 알았던 7살 딸이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고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난 후 3년 동안 딸을 그리워하던 엄마가 가상현실로 구현된 딸과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상현실뿐 아니라 모션캡처ㆍ인공지능 음성인식ㆍ딥 러닝ㆍ3D 스캐닝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7개월 이상의 자료 수집을 비롯한 제작 과정이 걸렸다. 갑자기 떠나보낸 소중한 딸을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나서 못 해준 말을 해주고 싶다는 소망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술을 통해 실현됐다. 7살 생일을 축하하는 미역국을 먹고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서로 보고 싶었다고 더 이상 아프지 말라며 위로했다.


초(超)기술의 시대다. 이해하기도 벅찬 다양한 기술의 발달이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을 가능케 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점으로 인해 인간이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듯 동전의 양면처럼 명암을 동시에 가지는 '기술의 역설'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는 부담과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준다.


'너를 만났다' 프로젝트는 기술의 가능성과 순기능을 보여줬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가상현실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가상현실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가상으로 만나며 행복을 느끼지만 현실 복귀 후 더 큰 상실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과정이다.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 피터 갤리슨은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은 인간 입장에서 매우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창조"라고 했다. 기술 발달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철학ㆍ문학ㆍ법과 같은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기술의 기능 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결국 기술의 혜택도 부작용도 우리가 어떻게 기술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데 달렸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던 시대에 학자들은 인터넷으로 인해 개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소홀히 하고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오히려 연구결과는 '따로 또 같이'처럼 떨어져 있더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고 공통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물리적 제약 없이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는 사람뿐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된 로봇과도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가령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의인화하며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가지는 등 친구와 같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실제로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을 단순히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공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의 중요한 가치 또한 소통과 공감이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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