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 고분군서 '화장 유골'·'연접식 적석총' 첫 발굴(종합)

서울시 "백제왕실 장례문화 연구 새 전기 마련"

7호 매장의례부 사람뼈와 기와 출토 모습 / 서울시 제공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한성백제의 왕실묘역인 서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다량의 화장 인골이 발굴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원전 18년에서 기원후 475년 존립했던 한성백제에서 화장된 인골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23일 서울시 산하 한성백제박물관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진행된 석촌동 고분군 발굴에서 화장 후 분골과정을 거친 사람의 뼈 4.3kg이 수습됐다. 발굴팀은 통상 사람을 화장하면 2~3kg의 유골이 나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여러 사람의 뼈로 추정했다. 실제로 유골 가운데 같은 부위의 뼈가 2개씩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뼈가 고온에서 오랜 시간 노출돼 정확한 매장 연도를 파악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발굴팀은 여러 기관의 분석을 거쳐 화장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화장이 백제왕실의 전통 장례문화에 포함된다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 과정에선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100m 길이의 여러 돌무지무덤(적석묘)도 확인됐다. 이 '연접식 적석총'은 고분군 아래쪽에 자리한 1호분 주변부터 중간 2호분 사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작은 적석묘 16기와 이들을 잇는 연접부, 화장된 인골을 묻은 매장의례부 3곳을 빈틈없이 이어붙여 규모를 늘린 형태다.

박물관은 이번 연접식 적석총 발견으로 석촌동 고분군 조사ㆍ연구의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복원ㆍ정비된 6기 외에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고분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발굴에선 유적도 다량 출토됐다. 금귀걸이, 중국청자, 유리구슬을 비롯해 유물 5000여 점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석촌동 1호분 북쪽에서 시작해 1호분 주변에 이르는 5290㎡ 구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4호 적석묘 / 서울시 제공

석촌동 고분군은 근초고왕(재위 346∼375년)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3호분을 비롯해 여러 무덤이 길쭉하게 늘어선 모양을 띠고 있다. 1974년 잠실 일대 개발에 앞서 일대 유적 유무를 확인하는 지표조사와 유적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백제 왕릉급 고분군으로 인식됐다.

1917년 제작된 고분분포도에 따르면 석촌동, 가락동, 방이동 일대에는 300기 넘는 대형 고분이 자리했었다. 하지만 도시개발 과정에서 무덤은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 적석총 5기와 흙무덤 1기 등 총 6기만 복원ㆍ정비된 상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