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美소설가 토니 모리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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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유명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모리슨은 전날 밤 뉴욕 몬테피오르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모리슨은 어젯밤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현존하는 최고 작가로 꼽혔던 모리슨은 미국 흑인들의 삶을 여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왔고, 탄탄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비판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려한 문체로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NYT는 "모리슨은 비판적이면서도 상업적 성공까지 이룬 드문 작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의 선박 용접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백인을 증오하는 용접공이었고, 어머니는 인종차별과 그 역차별까지 반대하는 인물이었다. '언젠가는 모든 종류의 차별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고, 작품에도 이 부분이 녹아있다. 그는 유서 깊은 흑인대학인 하워드대학교를 거쳐 코넬대에서 문학석사를 했다. 1960년대 후반 뉴욕으로 옮겨 출판사 랜덤하우스에서 20년 가까이 편집인을 맡았고, 프린스턴대에서도 오랫동안 교수로 지냈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등단은 지난 1970년 첫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으로 했다. 금발 여성이 미(美)의 기준이 되는 미국 사회에서 검은 머리의 여성이 겪는 소외를 다룬 내용으로 곧바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77년에는 '솔로몬의 노래(Song of Solomon)'로 전국도서비평가상을 받았고, 1988년에는 '빌러비드(Beloved)'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노예제도의 실상을 파헤친 '빌러비드'는 19세기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흑인 여인이 사랑하는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1992년 펴낸 소설 '재즈(Jazz)'에서는 1920년대 뉴욕 할렘가를 배경으로 흑인 여성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아픔을 다뤘다. 1993년, 미국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는 환상적인 힘과 시적 함축을 통해 미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당시 모리슨은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노벨 문학상이 드디어 미국의 흑인에게 수여됐다는 점"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모리슨은 미국 현대문학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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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