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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갤러리산책] 인왕산에 모신 父의 묘…효심으로 그려낸 산수화

최종수정 2019.08.01 13:16 기사입력 2019.08.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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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展
정선·김홍도 등 산수화 360여점 전시…조선 화가의 다양한 시각·해석 돋보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박경빈은 19세기 조선 사람이다. 1862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지금의 서울 불광동 지역에서 장례를 치렀다. 아버지를 좋은 곳에 모시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스러웠다. 명당을 찾아다닌 끝에 1866년 인왕산 자락에 이장했다. 박경빈은 도화서 화원 조중묵에게 묘의 위치를 그리게 했다. 후손에게 조상의 묘소를 정확히 알리고 스스로 가까이에서 문안을 드리기 위함이었다. 조중묵은 너비 3.5m가 넘는 열 폭 병풍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1868년 그려진 '인왕선영도'다.


인왕선영도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하고 있는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선조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산수화 360여점이 전시된다.

인왕선영도는 얼핏 보면 홍제원 일대에서 인왕산과 북한산을 바라보며 그린 멋진 산수화다. 작품이 그려진 이유를 알면 산수의 깊이가 새롭게 느껴진다. 그림 한가운데 박경빈 아버지의 묘가 있다. 묘를 향해 걸어가는 선비는 박경빈인 듯하다. 양 끝의 발문은 홍선주라는 이가 썼다. 홍선주는 박경빈의 효심에 감복해 글을 썼다. 명당의 주인도 박경빈의 효심에 감복해 아까운 땅을 팔았다고 홍선주는 적었다. 인왕선영도는 19세기 조선의 사회상도 보여준다. 역관과 상인을 중심으로 중인 계층이 급부상하던 시기였다.


오다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지만 박경빈은 벼슬을 한 사람이 아니라 재산이 많았던 중인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에는 중인 계층이 성장하면서 사대부를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실경 산수화로 남아있는 선영도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조중묵 '인왕선영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중묵 '인왕선영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은 아들을 만난 기쁨을 산수화에 담았다. 강세황이 1789년에 그린 '피금정도'는 강원도 금화군 금성 남대천가에 있는 정자 '피금정'을 그린 작품이다. 강세황은 장남 인이 1788년 9월 강원도 회양 부사로 부임하자 회양에 머물며 금강산 등 주변의 명승지를 유람했다. 강세황은 1788년에도 피금정을 그렸는데 1788년에 그린 피금정도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다. 강세황이 1770~1771년 그린 '부안유람도권'은 차남 완이 부안현감으로 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정수영이 1796~1797년에 그린 '한임강유람도권'은 옆으로 펼쳤을 때 길이가 15m가 넘는다. 한양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벗과 뱃놀이를 하며 그렸다. 선릉과 정릉, 여주 신륵사와 고산서원, 수락산, 삼각산, 도봉산 등 한강과 임진강 주변의 풍광을 먹선과 엷은 색으로 담백하게 펼쳐놓았다. 정수영은 '동국대지도'를 만든 실학자 정상기의 증손자다. 지리와 지도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한강의 뱃길을 알고 있었기에 한임강유람도권이라는 독특한 시각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강세황의 셋째 아들 강관이 곳곳에 그림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검지산을 그린 장면에 대해서는 명승지도 아닌 곳을 왜 그렸는지 모르겠다고 농을 쳤다. 정수영은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자신이 보기에 좋다고 생각한 곳을 그렸다. 이번 전시의 주안점 중 하나다. 다양한 조선 화가의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시선을 보여주려는 전시다. 전시의 제목을 우리에게 익숙한 진경산수화가 아닌 실경산수화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수영 '한임강유람도권' 중 부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정수영 '한임강유람도권' 중 부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안 학예연구사는 "실경이 진경보다 좀 더 객관적이고 넒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진경 산수화는 정선을 중심으로 18세기에 그려졌는데 조선의 독자적인 화법은 그 전에도 있었다. 정선에 앞서 한시각과 조세걸이 있었고, 정선의 동시대에는 정수영, 허필, 김응환 등이 있었다. 모든 화가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개성을 드러냈다"고 했다.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큰 마애불인 금강산 '묘길상'을 그린 그림을 여럿 볼 수 있다. 허필의 '묘길상도'는 앉아있는 부처가 아니라 서 있는 스님을 그려 눈길을 끈다. 허필이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해 묘길상을 그린 것이다. 김윤겸의 '지리전면도'와 '영남기행화첩'은 한양에서 멀다는 이유로 자주 다뤄지지 않은 경상도 지역의 산수화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정선과 김홍도의 작품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김홍도 '해동명산도첩 중 만물초'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홍도 '해동명산도첩 중 만물초'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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