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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폭정과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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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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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선 제 15대 임금인 광해군(光海君)은 명ㆍ청 교체기 뛰어난 중립외교를 펼친 임금으로 최근 재평가되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다. 광해군을 쿠데타로 내쫓은 인조(仁祖)가 친명정책으로 일관해 정묘ㆍ병자호란이라는 두 차례 전란이 일어났다고 알려지면서 어느새 광해군은 우수한 외교 균형감각을 갖춘 '외치의 일인자'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왜 조선왕조실록이나 당시 민심을 알려주는 기록에선 그를 두고 폭군(暴君)이라 묘사할까? 외치만큼 내치를 잘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광해군의 가장 큰 폭정은 무리한 궁궐공사로 안 그래도 임진왜란 직후 모자랐던 국가 재정을 완전히 파탄 내버린데 있다. 그는 재위기간 동안 창덕궁과 창경궁, 경희궁, 인경궁 등 임진왜란 때 소실된 궁궐들을 모두 한꺼번에 복원시키려 했다.

그가 궁궐보수에 매달린 이유는 왕의 권위를 세우는 걸 무엇보다 중시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한양에서 왕기가 보인다는 땅에는 죄다 궁궐을 지었고, 심지어 이복동생인 정원군(定遠君)의 집도 왕기가 서렸다는 지관의 말에 강제로 빼앗아 궁을 짓기도 했다. 이 정원군의 아들이 훗날 인조다. 왕족도 집을 강제로 뺏을 정도니 백성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또한 궁궐 지붕에 최고급 기와인 청기와를 올리기 위해 청기와의 주 재료인 염초(焰硝)를 남용했다. 이 염초는 당시 국방의 필수품인 화약의 주 재료이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광해군일기에는 청기와를 만들기 위한 염초가 바닥나자 이를 명나라에서 수입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재정이 소모됐다는 기록이 자주 나와있다. 궁궐 공사에 물 쓰듯 돈을 쓰며 국방까지 희생을 시키니 재정이 감당할 수가 없었고, 아무리 뛰어난 중립외교의 달인이자 외치의 일인자라도 폭군으로 불리며 쫓겨났다.


재정상황이 정권을 평가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라는 점은 사실 왕조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진 않다. 이달 초 발표된 상반기 통합재정수지는 19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1.1% 중 1.3%는 정부지출로 이뤘고, 민간지출은 -0.2%였다. 글로벌 경기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언제까지 재정으로 경기를 떠받칠 수 있을까. 아무리 외치를 잘한다 해도 어려운 경기 상황에 재정까지 위태로워진다면 어떤 정권이든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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