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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산가족 신세' 756일째…별관 신축 재입찰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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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건설 승소 … 법원, 한국은행 별관 신축공사 낙찰예정자 유지 인정

조달청-계룡건설-삼성물산 법적공방 격화에 입찰 시기 더 늦어질 듯

새까맣게 속 타들어가는 한국은행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있던 한은 본관과 1ㆍ2별관은 2년전부터 텅텅 비어있다. 재건축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있던 한은 본관과 1ㆍ2별관은 2년전부터 텅텅 비어있다. 재건축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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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2017년 6월 17일. 한국은행 67주년 창립 기념일이 끝난 직후 한은 직원들은 이산가족이 됐다.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있던 한은 본관과 1ㆍ2별관은 텅텅 비었다. 50년된 별관은 허물고 다시 짓고 본관은 리모델링 해 별관과 연결하기로 했다. 3년 후 70주년 창립기념일과 1년에 한 번씩 여는 행사인 국제컨퍼런스를 새로 지은 한은 건물에서 진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합별관 건축은 한은 출신 총재가 시작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생각했다.


2020년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을 포함한 조사국ㆍ통화정책국ㆍ금융시장국 등 임직원등은 서울 세종대로 삼성본관으로, 통계국은 소공동 별관으로, 발권국은 한은 금고를 짊어지고 강남 본부로 찢어졌다. 삼성본관 1층부터 17층을 빌려쓰는 임대료만 한달에 13억원이다. 2년째 나간 임대료만 312억원에 달한다.

◆한은 이산가족 된지 756일째 =한은 직원들이 뿔뿔이 헤어진지 오늘로 756일째. 한은 통합별관 건축공사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이유는 조달청의 행정 실책과 1위 낙찰자인 계룡건설, 2위 낙찰자인 삼성물산 간 법적 공방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이 계룡건설이 1위 사업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공사 시작일은 더 멀어졌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조달청은 2017년 12월 예정가격을 초과해 입찰 가격을 쓴 계룡 건설을 1위 사업자로 선정했다. 논란은 삼성물산이 이 결과에 반발해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이 이의 제기를 하면서 한은과 1위 낙찰자 간 계약협의절차는 중지됐다. 이듬해 6월 삼성이 다시 조정신청을 취하하며 계약이 성사되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막아섰다. 그해 10월 감사원에 해당 입찰 관련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조달청이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결정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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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달청-계룡-삼성 법적 분쟁 격화 =감사원이 조달청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건 올 4월이었다. 애초 한은의 입찰예정가보다 높게 써낸 계룡건설을 낙찰예정자로 선정한 것은 국가계약법령을 위반한 것이고, 이 때문에 462억원의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달청은 입찰예정가(2829억원)보다 3억원 높은 금액(2832억원)을 써낸 계룡건설을 1순위 시공사로 선정했다. 차순위인 삼성물산으로 계룡건설보다 589억원 적은 2243억원을 적어냈다.

감사원 결과 발표 인후 실타래는 더 꼬였다. 조달청은 입찰공고를 취소하고 재입찰을 하기로 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계룡건설은 입찰 과정 잘못에 대한 책임은 조달청이 져야할 몫이기 때문에 1위 낙찰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삼성물산은 1위 사업자 자격 박탈시 2위 사업자가 자동으로 1위 사업자로 올라가기 때문에 재입찰은 부당하다며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냈다. 한은은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망연자실했다.


법원이 일단 계룡건설의 1위 낙찰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지만 법적 분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조달청이 항고할 수도 있고, 삼성물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까지 이 사안을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은은 "소송당사자이자 계약당사자인 조달청의 의견을 들어보고 협의하겠다"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해당사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몰라 법적 공방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예측할수 없다"며 "멀쩡한 집을 놔두고 셋방살이 신세가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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